히말라야에는 해발 7200m가 넘는 고봉 100여개가 솟아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최고봉인 에베레스트(8848m)를 포함해 높이 8000m가 넘는 14개의 봉우리를 통상 14좌(座)라고 칭합니다.
오은선 대장이 이번에 등정한 안나푸르나는 8091m로 14개의 봉우리 중 높이에서 10번째에 해당합니다.
  

이런 고봉들에 '앉은 자리'라는 의미의 좌(座)라는 이름이 붙은 기원은 명확하지 않지만,

별자리에 '천칭좌' '처녀좌'라는 말이 붙는 것처럼 땅 위에 거대하게 자리 잡았다는 의미에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는 해석입니다.
영어로는 '14 에이트 사우전더스(14 Eight-thousanders)'라고 표기합니다.
  

16좌라는 말은 한국에서 독특하게 사용되는 개념입니다.
14좌 완등자인 엄홍길 대장이 칸첸중가의 위성봉인 얄룽캉(8505m)과 로체의 위성봉인 로체샤르(8400m)까지 등정했기에,

이들을 합해서 16좌로 본다는 의미입니다.
로체샤르와 얄룽캉은 고산 등반가 사이에서 "위성봉이긴 하지만 등반이 어렵고, 독립적인 등반의 가치도 있는

봉우리"로 통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들은 14좌에는 포함되지 않습니다.
이 때문에 등산 전문가들은 16좌라는 표현 대신 '14+2'라는 식으로 이들 2개가 위성봉임을 알립니다.

 

  
오 대장이 안나푸르나에 올랐을 때 많은 시청자가 "왜 맨 꼭대기에 서지 않느냐"는 의문을 표했지만,

이는 기술적으로 몹시 어려운 일이며 위험하기도 합니다.
고봉의 뾰족한 정상 부근에는 눈이 처마처럼 쌓여 있다고 해서 '눈 처마(cornice)'라고도 부르는데,

아래가 빈 공간이어서 밟으면 즉시 무너질 위험이 있습니다.
특히 오 대장은 안나푸르나의 북면 루트를 통해 올라갔고, 맞은편 남벽은 수천m에 달하는 직벽 형태의

낭떠러지이기 때문에, 뾰족한 정상에 서는 일은 물리적으로도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산악계에선 오 대장처럼 최대한 정상에 접근할 경우 이를 등정한 것으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정상이 뾰족하지 않고 둥근 돔 형태인 에베레스트나 K2의 경우엔 꼭대기에 올라서서 사진을 찍습니다.

  
지금까지 히말라야 14좌를 완등한 산악인은 세계에 모두 20명뿐입니다.
이 중 한국인이 오 대장을 포함해 박영석 엄홍길(이상 2001년) 한왕용(2003년) 등 4명으로 가장 많습니다.
그다음이 이탈리아(3명)입니다.
  

한국인 14좌 완등자가 이렇게 많은 것은 경제적 여건이 좋아진 때문으로 해석하기도 합니다.
특히 1997년 IMF 외환위기 이후 등반 인구가 폭증하면서 아웃도어 업체들이 크게 성장했고,

이들 업체가 적극적으로 전문 산악인들을 후원하면서 히말라야 고산 등반의 여건이 갖춰졌다는 것입니다.
실제 5~10명으로 이뤄진 1개 원정대가 에베레스트 산을 등정할 경우 필요한 비용은 2억~3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한국 등반가들의 14좌 완등이 모두 2000년대에 이뤄졌다는 점도 이와 관련이 있다는 해석입니다.
안나푸르나 등정으로 세계 여성 중 최초의 14좌 완등자가 된 오은선 대장도 아웃도어 업체인 블랙야크의 후원을

받고 있습니다.  (10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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