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미가 품에 안은 알 속에서 조금씩 자란 병아리가 있다.
이제 세상 구경을 해야 하는데 알은 단단하기만 하다.
병아리는 나름대로 공략 부위를 정해 쪼기 시작하나 힘이 부친다.

이때 귀를 세우고 그 소리를 기다려온 어미닭은 그 부위를 밖에서 쪼아 준다.

답답한 알 속에서 사투를 벌이던 병아리는 비로소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된다.

이처럼 병아리가 안에서 쪼는 것을「줄」이라 하고
어미 닭이 그 소리를 듣고 화답하는 것을「탁」이라 한다.

그리고 이 일이 동시에 발생해야 어떤 일이 완성된다는 것이「줄탁동시」이다.

- 벽암록 (碧巖錄) 에서 -



참으로 세상을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가르침이자 매력적인 이치가 아닐 수 없다.

행복한 가정은 부부(夫婦)가「줄탁동시」할 때 이루어지고
훌륭한 인재는 사제(師弟)가「줄탁동시」할 때 탄생하며
세계적인 기업은 노사(勞使)가「줄탁동시」할 때 가능한 것이다.

안과 밖, 명과 암, 나와 너…
[줄탁동시]로 세상 사는법을 한 번 더 생각해 봅시다.




부화

알 속에서는 새끼가,
껍질을 쪼고

알 밖에서는 어미새가,
껍질을 쫀다

생명은 그렇게
안팎으로 쪼아야
죽음도 외롭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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