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

 

                                                                       백이운(1955~ )

 

 
 

자작자작 소리 낮춰 쌀밥이 뜸들어가듯

 

아픈 것도 그렇게 고단히 앓고 난 뒤

 

쳐다본 하늘만큼만 푸르러라, 이 가을.

 

 

 

 

 

 

 

                         

 


----------
이제 가을도 자작자작 뜸들어가고 있나요.

외로움과 그리움 가을 병도 이제 잦아지고 있나요.

아니, 가을 열병 앓고 나니 이젠 아무도 아무 것도 없는 차디찬 휑한 바람 더 시리고 아프다고요.

밖에 나가보세요.

잘 찧은 햅쌀같이 포르스름한 기운 잘잘 흐르는 하늘 아래 밥 뜸들어가는 소리 냄새 나지는 않나요.

쓸쓸함이 아주 편안하게 익어가는 냄새, 마른 잎에 자작자작 바람 볼 부비는 소리.

아직 가을 한가운데네요. 어때요.

가을 열병과 환희 오감(五感)으로 잡아낸 시조 한 수 참 좋지요.

<이경철·문학평론가>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