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roncow6204
2008. 12. 12. 23:00
2008. 12. 12.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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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이 애송하는 사랑시] [12] 새벽밥 - 김 승 희
일러스트=이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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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너무 어두워
밥솥을 열어 봅니다
하얀 별들이 밥이 되어
으스러져라 껴안고 있습니다
별이 쌀이 될 때까지
쌀이 밥이 될 때까지 살아야 합니다
그런 사랑 무르익고 있습니다
- 그래도, 껴안을 수 있는 사랑이 있기에…
- 김선우·시인
가끔 새벽에 일어나면 밥솥을 열어본다. 별들이 밥이 되어 껴안고 있는 밥솥이 당신의 주방에도 있을 것이다.
- 꿈과 이상이 현실과 동떨어져 공중부양 중이라면, 그것은 그냥 별이다.
- 별은 아름답지만 우리의 맨몸을 덮어줄 수도 허기진 일상을 채워줄 수도 없다.
- 별이 쌀이 될 때까지, 쌀이 다시 밥이 될 때까지 우리는 온몸으로 '살아야' 한다.
- 별이 밥이 되는 삶의 연금술에 필요한 것은 오직 하나. 으스러져라 껴안는 사랑뿐이다.
타인의 고통을 타인의 것으로만 간주할 때 세계의 상처는 치유되지 않는다.
- 타인의 고통을 나의 고통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감수성의 혁명. 이것은 문학을 통해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가장 귀한 선물 중
- 하나일지 모른다.
시인 김승희(56)는 사랑을 통해 별과 쌀을 결합시키며 타인의 장벽을 해체한다.
- 사랑 없는 '당연'과 '물론'의 세계도 해체한다.
- 모든 억압과 부자유로부터의 탈주. 독을 없애는 독. 상처를 치유하는 상처. 김승희에게 현실은 매순간 치열한 싸움터다.
- 사랑 없는 삶이 너무나 많으므로 사랑을 깨우기 위해 시인은 싸울 수밖에 없다.
- 싸움은 혹독하고 상처는 깊지만 낭자한 상처들에서 싹처럼 별이 돋는다.
- 사랑을 위해 싸운 상처로부터 돋아난 것들은 두근거린다. 별은 밥이 된다. 생명의 약동과 치유를 향해 있으므로.
김승희는 노래한다.
- '가장 낮은 곳에/ 젖은 낙엽보다 더 낮은 곳에/ 그래도라는 섬이 있다/ 그래도 살아가는 사람들/ 그래도 사랑의 불을 꺼트리지
- 않는 사람들// (중략)/ 그래도 부둥켜안고/ 그래도 손만 놓지 않는다면/ 언젠가 강을 다 건너 빛의 뗏목에 올라서리라'
- (〈그래도 라는 섬이 있다〉).
아프다. 현실이 아프고 현실을 견인해내려는 몸부림이 아프다.
- 사랑이 아니고는 건너기 힘든 세월이 너무도 흔하지 않은가.
- 그 역시 병상에 있는 가족을 간호하며 힘든 세월을 보냈다.
- '그래도' 우리는 살아야 한다고 그가 말할 때 나는 온 가슴으로 고개를 끄덕거린다.
- 오래 싸웠으므로 이제 그만 쉬라고 말해주고도 싶다.
- 하지만 그는 야생의 영혼을 가진 샤먼. 경계를 가로지르며 그는 솟구쳐 오를 것이다.
- "억압을 뚫지 않으면, 악업이 되어, 두려우리라"고 말하는 사랑의 전사이므로. 사랑의 빅뱅을 꿈꾸는 시인과 함께
- 세상의 모든 '그래도'에 '새벽밥'을 바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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