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줄의 斷想

[22111]최근 ‘결혼 물가’가 치솟으면서 하객들이 부담하는 축의금 수준도 덩달아 오르고

ironcow6204 2025. 6. 26. 08:15

 

 

 

서울 광화문 직장에 다니는 허모(29)씨는 올 들어서만 7차례 결혼식에 참석해 총 140만원 넘는 축의금을 냈다. 
그는 “친한 친구들 결혼식은 10만원을 내기 미안해 20만원씩 냈다”며 “호텔에서 열린 몇몇 결혼식에도 20만원 이상씩 냈다”고 했다. 
반면 지난달 결혼한 신부 노모(41)씨는 “결혼식을 위해 예식장 대관료와 식대비 등을 내고 나니, 받은 축의금에서 거의 돈이 남지 않았다”고 했다.


최근 ‘결혼 물가’가 치솟으면서 하객들이 부담하는 축의금 수준도 덩달아 오르고 있다. 
신혼부부 입장에서는 축의금을 받더라도 예식을 치르는 데 모두 써버릴 뿐, 실제 결혼 생활에 도움 되는 일에 사용하기는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과거 신혼 부부를 위해 전셋값 등에 도움을 주기 위한 ‘품앗이’ 성격이 강했던 축의금 문화가 변질됐다는 지적이다.


요즘 ‘5만원 축의금’은 옛말이다. 기본 10만원에, 친한 친구거나 가까운 직장 동료에게는 20만~30만원을 내는 경우도 빈번해졌다.

 

 




서울 광진구에 사는 직장인 정모(32)씨는 “같은 결혼식장에 가는 친구들끼리 ‘이번엔 얼마 내자’고 금액을 맞추는 경우가 있는데 그때도 5만원 내자는 얘기는 드물고 최소 10만원부터 시작하는 식”이라며 “결혼 시즌에 한 달에 결혼식이 4~5건 몰리면 100만원 가까이 써야 한다”고 했다.


직장인들 사이에서 “청첩장 받는 게 두렵다”는 말도 나온다. 
카카오페이의 온라인 축의금 송금 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축의금 평균액은 2022년 8만원, 2023년 8만3000원, 지난해 9만원으로 가파르게 상승했다. 
1994년 한국갤럽 설문조사에서 그해 축의금 평균이 2만8000원이었는데, 지난해까지 30년간 3.2배로 오른 셈이다.


한 30대 직장인은 “예비 신랑, 신부로부터 청첩장을 전달받으면서 식사 대접을 받기도 해서 10만원 아래로 내기는 힘들다”며 “한 친구 결혼식에 당초 10만원을 준비해 갔는데 막상 예식장 규모를 보니 좀 적은 것 같아 급히 현금지급기에서 10만원을 더 뽑아서 낸 적도 있다”고 했다.

 

 




실제 취업 정보 사이트 인크루트 조사에서 ‘거의 매일 연락하고 만남이 잦은 친구·지인’의 경우 적정 축의금 규모는 ‘10만원’이 36.1%로 가장 많았지만, ‘20만원’도 30.2%에 달했다. 
결혼식에 참석하지 않더라도 축의금 액수는 큰 차이가 없다. 지난 2023년 신한은행이 만 20~64세 1만명을 이메일로 설문 조사한 결과 결혼식에 참석할 경우 축의금은 평균 11만원, 불참할 경우 8만원이었다.


하지만 정작 부부에게 돌아가는 건 얼마 안 돼 문제다. 
본지가 조사한 서울 주요 예식장 다섯 곳의 식대가 올해까지 지난 4년간 40% 수준으로 오를 정도로 ‘웨딩 인플레이션(결혼 물가 상승)’이 심각해졌기 때문이다. 
결혼 정보업체 듀오의 조사에 따르면 스드메(스튜디오·드레스·메이크업) 비용은 올해까지 5년 새 87% 올랐다.


올해 2월 초 결혼식을 치른 직장인 A(30)씨는 예식장 대여료와 식대, 꽃장식 등 옵션을 포함한 본식 비용으로 총 3126만원을 냈다. 
스드메(264만원)까지 총 3390만원이 들었다. 그런데 축의금은 이와 비슷한 총 3400만원이 들어왔다. 
하객 수를 330명으로 예상해 식대를 지불했는데 실제 온 하객은 300명에 그쳐 일부 손해를 본 영향도 있다. 
그는 “받은 축의금을 전부 예식장에 갖다 준 셈”이라며 “신혼여행, 가전, 결혼 반지 등은 모두 우리(부부) 돈으로 해결해야 했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아예 ‘노웨딩’을 택하면서 축의금도 받기를 거부하는 부부도 생겨나고 있다. 
작년 12월에 ‘노웨딩’으로 결혼한 신부 곽소희(29)씨는 “웨딩 업체 배만 불린다는 생각에 결혼식도 하지 않고 축의금도 받지 않았다”며 “대신 지인들을 신혼집에 초대해 집들이하면서 대접했다”고 했다.(25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