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줄의 斷想

[22084]골프 사상 여섯째로 ‘커리어 그랜드슬램(4대 메이저 대회 모두 우승)’을 이뤘다.

ironcow6204 2025. 6. 6. 11:04

 

 

 

롤러코스터를 탄 듯한 하루. 마침내 우승 퍼트를 성공하고 매킬로이는 무릎을 꿇고 흐느꼈다. 
마치 오랜 고난이 끝나고 구원을 찾은 듯한 표정이었다. “로리, 로리!”를 외치는 수많은 관중 환호 소리가 울려 퍼졌다.


로리 매킬로이(36·북아일랜드)가 14일(한국 시각) 미 조지아주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파72·7555야드)에서 끝난 89회 마스터스 토너먼트 최종 라운드 연장에서 저스틴 로즈(45·잉글랜드)를 꺾고 우승했다. 
골프 사상 여섯째로 ‘커리어 그랜드슬램(4대 메이저 대회 모두 우승)’을 이뤘다. 
진 사라센, 벤 호건, 게리 플레이어, 잭 니클라우스, 타이거 우즈에 이은 업적이다. 우즈가 2000년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완성한 뒤론 25년 만에 나왔다.

 

 


<로리 매킬로이가 14일 마스터스 골프 최종일 경기 연장에서 우승을 확정지은 뒤 무릎을 꿇고 환호하고 있다.>

 


마지막 날 2타 차 선두로 나선 매킬로이는 1번 홀(파4) 더블보기로 두 홀 만에 선두 자리를 내줬다. 
다시 연속 버디를 잡아 4타 차 선두. 정상 고지가 보였다. 그런데 13번 홀(파5)에서 어이없는 짧은 웨지 샷 실수로 공을 물에 빠트렸다. 더블보기. 공동 선두로 뒷걸음질했다. 
15번 홀(파5)에선 기막힌 세컨드 샷을 보여줬지만 이후 쉬운 이글 기회를 날리고 버디. 17번 홀(파4) 버디로 다시 1타 차 선두. 2위로 뒤쫓던 로즈(11언더파 277타)가 먼저 경기를 마친 상황에서 매킬로이는 18번 홀(파4) 1.5m 파 퍼트만 남겼다. 
성공하면 우승인데 이걸 또 놓쳤다. 종일 홀로 천당과 지옥을 오간 셈이다. 결국 연장으로 밀려 갔다.


지난해 US오픈에서 5홀을 남기고 2타 차 선두를 달리다 보기 3개를 하며 브라이슨 디섐보(32·미국)에게 우승을 헌납했던 기억, 2011년 마스터스에서 4타 차 선두로 마지막 라운드를 맞았으나 8오버파(80타)를 치며 무너졌던 악몽이 떠오를 법했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대회 전 니클라우스는 “매킬로이에게 필요한 건 수양(discipline) 능력”이라 했는데 그걸 체화했던 걸까.

 

 




18번 홀에서 벌어진 연장에서 매킬로이는 직전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았다. 125야드 거리에서 웨지 샷을 홀 1m에 붙였고, 로즈가 파로 끝나고 맞은 버디 퍼트를 침착하게 성공시켰다. 
10전11기. 2014년 디오픈 이후 커리어 그랜드슬램 도전만 올해가 11번째였는데 그 긴 기다림이 끝나는 순간이었다. 
US오픈(2011년)과 PGA 챔피언십(2012, 2014년), 디오픈(2014년)에서 우승했으나 마스터스는 16차례 출전해 한 번도 정상에 오르지 못하고 있었다. 2022년 준우승이 최고였다.

 

 

<마스터스 전년 우승자 스코티 셰플러가 14일 새로 왕좌에 오른 로리 매킬로이에게 우승자가 전통적으로 입는 그린 재킷을 입혀주고 있다.>

 


그는 마스터스 우승으로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통산 29승째를 거뒀다. 우승 상금 420만달러(약 60억원)를 받았다. 올 시즌 PGA 투어 5개 대회 2승을 거두던 기세가 이어졌다.


경기가 끝나고 매킬로이는 다섯 살 딸 포피를 바라보며 눈물을 삼켰다. 
“계속 도전하고 열심히 노력하면 마음먹은 건 뭐든지 이룰 수 있다는 걸 보여줘 자랑스럽다”면서 “골프 인생 최고의 날”이라고 말했다. 
포피는 대회 전 이벤트 ‘파3 콘테스트’에서 아빠 대신 6m 거리 퍼팅을 기적처럼 집어넣은 ‘행운의 마스코트’였다.

 

 




인구 1만여 명 작은 마을 북아일랜드 홀리우드에서 살던 매킬로이는 1997년 마스터스에서 우즈가 우승하는 모습을 보고 꿈을 키운 ‘타이거 키드’다. 
열 살 때 우즈에게 편지를 보냈다. “당신을 잡으러 간다. 이것은 시작이다. 계속 지켜보라.” 두 살 때 드라이브샷을 40야드 날렸고, 네 살 때 지역 방송에 나가 칩 샷으로 골프공을 세탁기에 집어넣는 묘기도 선보였다. 
우즈가 두 살 때 ‘마이크 더글러스 쇼’에 나가 골프 샷을 하고 다섯 살 때 ‘세상에 이런 일이(That’s Incredible)’에 나온 것과 닮았다. 
우즈가 골퍼를 꿈꾸는 아들에게 “내(스윙) 대신 매킬로이 스윙을 본받으라” 할 정도였다.


매킬로이는 이제 툭하면 다 잡았던 승리를 놓치던 ‘인간적인’ 골퍼에서 실패를 겪고도 끝없이 일어서는 ‘오뚝이’ 골퍼로 거듭나고 있다. 
우즈는 “(그랜드슬램) 클럽에 들어온 걸 환영한다”는 축하 인사를 소셜미디어에 남겼다. 
패트릭 리드(35·미국)가 3위(9언더파), 지난해 우승자 스코티 셰플러(29·미국)는 4위(8언더파)를 차지했다. 
임성재(27)가 디샘보와 공동 5위(7언더파)에 올랐다. 안병훈(34)은 공동 21위(2언더파)에 자리했고, 김주형(23)은 이날만 7타를 잃으며 컷을 통과한 선수 중 최하위인 공동 52위(9오버파)에 그쳤다.(2504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