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줄의 斷想

[22073]‘기업의 별’이라고 불리는 임원을 퇴직 후에도 예우해 소속감을 높이는 뜻도

ironcow6204 2025. 5. 27. 12:03

 

 

 

‘상담역’ ‘자문역’ ‘고문’ 등으로 기업 임원을 퇴직 후에도 2~3년 안팎 기업 경영에 간접적으로 참여하게 하는 인사 제도가 국내에 공식적으로 생긴 것은 1988년 말 삼성그룹이 시작이었다. 이건희 삼성 회장이 취임한 지 1년 뒤 생겨난 변화였다.


삼성은 당시 퇴직한 최고경영자(CEO)는 상담역으로, 부사장 이하는 자문역으로 각각 재영입하는 제도를 공식적으로 만들었다. 
임기는 상담역이 2년, 자문역이 1년이었고, 최대 2번 연임도 할 수 있었다. 
보수는 사람 따라 달랐지만, 기존 월급의 70~100% 선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원래 이 제도는 1970년대 전후 일본에서 보편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고성장기가 끝나면서 물러나는 임원들의 경험을 살리자는 취지였다고 한다. 
한 재계 관계자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려면 일본에서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던 이건희 회장의 영향으로 삼성이 도입한 것으로 당시 알려졌었다”고 했다.

 

 




삼성이 이 제도를 도입한 뒤, 1990년대 현대그룹이나 선경그룹 등으로 비슷한 제도가 빠르게 확산하면서 대세로 자리 잡았다. 
특히 이 시기에는 주요 임원들의 경험을 살리면서도 ‘기업의 별’이라고 불리는 임원을 퇴직 후에도 예우해 소속감을 높이는 뜻도 반영됐다. 
한 대기업 임원은 “1990년대 초반만 해도 평생 직장이란 개념이 강했고 샐러리맨들의 기업에 대한 충성도가 매우 높을 때라, 퇴직 후에도 대우받는 고위 임원이 되려면 조직 내에서 최선을 다하라는 동기 부여 의미가 컸다”고 말했다. 
삼성 퇴임 임원들 모임인 성우회가 1992년 약 600명 안팎의 회원을 시작으로 공식 발족한 것을 전후해 LG나 대우, 선경그룹의 퇴직자 모임이 1990년대 초중반 활성화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제도 이면에는 ‘기밀 유지’라는 요소도 있었다. 
주요 임원들은 기업의 경영상 기밀이나 그룹 오너의 활동 등에 대해 세세하게 알고 있는 만큼, 이들을 관리해 주요 정보가 밖으로 새어 나가지 않게 한다는 목적도 있었다는 것이다. 
특히 검찰의 주요 기업 수사 때 종종 전직 임원들의 입에서 핵심 정보가 나온 사례 등이 알려지면서 퇴직 임원 관리 제도가 더 강화되는 경향이 나타났다는 얘기도 있다.(2504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