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줄의 斷想
[22046]내 행동이 후배와 팬들에게 많은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럽게 행동하려고
ironcow6204
2025. 5. 1. 08:17
국내 프로게임단 한화생명e스포츠가 올해 처음으로 열린 리그 오브 레전드(LoL·롤) 국제 대회 ‘퍼스트 스탠드’에서 첫 우승 팀의 영예를 거머쥐었다.
한화생명은 지난 16일 서울 종로구 롤파크에서 열린 2025 퍼스트 스탠드 결승전에서 유럽 팀 카르민 코프(KC)를 3 대1로 꺾고 우승컵을 들었다.
<(왼쪽부터) T1의 ‘페이커’ 이상혁(29), KT롤스터에 있다가 최근 군 복무를 앞두고 있는 ‘데프트’ 김혁규(29), 한화생명e스포츠 ‘피넛’ 한왕호(27).>
퍼스트스탠드는 중국·북미 등 전 세계 5대 리그 우승팀이 모여 개최한 대회다.
한화생명의 우승은 국내 리그가 세계 최정상임을 증명한 것이다.
국내 선수의 실력만큼이나 전 세계 엔터·스포츠 업계가 국내 롤 프로리그(LCK)에 놀라는 점은 또 있다.
고액 연봉을 받는 20대 남자 프로게이머 집단에서 사건·사고가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 해외 리그 관계자는 “한국 프로게이머는 단정한 외모에 술·담배도 거의 하지 않고 비속어도 잘 쓰지 않는 모범생 이미지가 강하다”고 말했다.
MZ세대 남자들의 우상인 프로게이머들은 대부분 10대 중반에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연습생을 시작해 10대 후반에 데뷔한다.
현재 1군에서 가장 어린 선수는 2007년생이다. 프로게이머로 성공한다면 20대 초반에 수억 원에서 수십억 원의 연봉을 받는다. 국내 e스포츠 업계에 따르면, 롤 선수들의 평균 연봉은 7억원, S급 선수들의 연봉은 수십억 원대다.
국내 LCK 관계자들은 그 비결로 “10년 넘게 뛰고 있는 고참 3명이 모범이 됐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 세 선수는 T1의 ‘페이커’ 이상혁(29), KT롤스터에 있다가 최근 군 복무를 앞두고 있는 ‘데프트’ 김혁규(29), 그리고 한화생명 소속으로 퍼스트 스탠드 우승을 한 ‘피넛’ 한왕호(27)다.
<T1 페이커 이상혁.>
e스포츠의 월드컵으로 불리는 월드 챔피언십(롤드컵)에서 5번 우승하며 우상이 된 페이커는 강한 승부욕과 자기 관리로 묵직한 아버지 같은 리더십을 발휘한다.
그는 프로게이머 중 가장 많은 70억원 안팎의 연봉을 받지만, 사치를 하거나 술·담배를 즐기지 않는다. 오히려 책을 즐겨 읽고, 명상을 한다. 교보문고에 ‘페이커 추천 도서’ 코너가 있을 정도다.
그는 과거 인터뷰에서 “내 행동이 후배와 팬들에게 많은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럽게 행동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후배 선수들이 인터넷 방송에서 비속어를 쓰면 따끔하게 혼을 내기도 한다.
그의 가족들도 ‘수퍼스타 가족이 보여야 할 모범의 정석’을 보여준다.
공개 석상에 잘 나타나지 않는 가족들은 지난해 6월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페이커 선수의 ‘전설의 전당’ 행사에도 “부담스럽다”며 불참했다. 대신 집을 후배 동료들이 마음껏 놀 수 있는 공간으로 꾸몄다.
한 구단 관계자는 “선수들이 쉬는 날 가장 가고 싶어 하는 곳은 화려한 술집이 아닌 페이커의 집”이라며 “10~20대에는 친구나 선배의 영향을 많이 받는데 가장 잘나가는 페이커 선수가 바른 생활을 하다 보니 선수들의 분위기도 비슷해진다”고 말했다.
<KT롤스터에 있다가 최근 군 복무를 앞두고 있는 ‘데프트’ 김혁규(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