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줄의 斷想
[22029]한강 하구로 밀려드는 도시 쓰레기가 습지에 쌓이고 있지만 지뢰 위험 때문에
ironcow6204
2025. 4. 17. 09:00
지난 1일 오후 경기 고양시 한강 하구의 장항습지. 습지에서 서식 중인 동식물을 기록한 생태관을 지나 보호구역으로 향하는 입구에 들어서니 철책으로 막혀 있었다.
탐방객에게 문을 열어줬던 곳이지만 2021년 지뢰 사고가 발생한 후로는 출입이 통제됐다.
철책에는 ‘출입자는 지뢰로 인한 사고 발생 위험이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본지가 6일 드론을 띄워 이 일대를 촬영해 보니, 플라스틱과 스티로폼, 잔가지 등 부유물로 한강과 연결된 물길이 꽉 막혀 있었다.
한강유역청 관계자는 “한강 하구로 밀려드는 도시 쓰레기가 습지에 쌓이고 있지만 지뢰 위험 때문에 관리를 못 하고 있다”고 했다.
<지난 6일 오후 드론을 띄워 촬영한 경기 고양시 장항습지 내 물골(사진 가운데)에 플라스틱과 스티로폼, 잔가지 등 부유물이 가득 차 있다.
한강물이 드나드는 통로인 이곳에 쌓인 쓰레기를 계속 방치하면 주변 생태계가 오염되고 한강 수질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한강 물줄기를 따라 형성된 5.96㎢(약 180만평) 크기의 장항습지는 대륙 사이를 이동하는 철새의 중간 경유지이자 서식지다.
서해안의 높은 조수 간만의 차로 인해 형성된 자연 하구(河口)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생태적 중요도가 높아 ‘람사르 습지’에 지정되며 국제적으로 관리 필요성을 인정받은 곳이다.
하구 특성상 도시 쓰레기와 해양 쓰레기가 물가로 모이는데 환경부는 2021년 이후 손을 대지 못하고 있다. 이곳으로 흘러든 ‘북한 지뢰’ 때문이다.
장항습지는 군사시설보호구역이었다가 지난 2018년 해제된 뒤 출입을 승인받은 농민, 환경 정화 작업자, 생태 탐방객 등에게 개방됐다.
일반인의 접근이 아예 불가능했던 과거에는 하구에 쓰레기가 쌓여도 치울 방법이 없었으나, 개방된 이후에는 정화 작업이 이뤄졌다.
환경부는 매년 2억원의 정화 작업 예산을 편성해 장항습지 일대에 쌓인 쓰레기를 치워 왔으나 2021년 사고 이후로는 청소가 중단됐다.
지뢰 폭발 사고는 2021년 람사르 습지 지정 다음 달에 발생했다.
그해 6월 한 환경 단체가 습지 환경 정화 활동을 위해 들어갔다가 대인 지뢰가 폭발해 발목이 절단되는 사고가 있었다.
한강청 관계자는 “지뢰 사고 이후에도 플라스틱으로 만든 나뭇잎 모양의 지뢰가 일대에 깔려 있는 것으로 판단돼 더 이상 환경 정화 작업을 못 하고 있다”고 했다. 현재는 허가받은 농민만 일부 출입하고 있다.
<지난 6일 오후 드론을 띄워 촬영한 경기 고양시 장항습지 내 물골에 플라스틱과 스티로폼, 잔가지 등 부유물이 가득 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