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줄의 斷想
[22560]한국 최장수 문예지 ‘현대문학’은 창간 70주년을 맞아 이를 기념하는 특대(特大)호를
ironcow6204
2025. 2. 18. 08:58

“인류의 운명은 문화의 힘에 의존된다. 때로 민족은 멸할 수도 있고 때로 국가는 패망할 수도 있으나 인류가 남겨놓은 문화는 결코 그 힘을 잃은 적이 없다… 이러한 문화의 기본적인 핵심은 문학이다.”
올해로 창간 70년을 맞은 월간 ‘현대문학’ 1955년 1월호(창간호)에 실린 창간사다.
당시 유일한 종합 문예지로 출범했다.
독립운동가 출판인 김기오(1900~1955), 조연현(1920~1981) 문학평론가, 오영수(1909~1979) 소설가가 의기투합했다. 각각 1대 사장, 주간, 편집장을 맡았다.
결의에 찬 창간사는 이렇게 이어진다. “협의에 있어서의 문학은 일종의 언어예술에 그칠 수도 있으나 광의에 있어서의 문학은 철학, 정치, 경제 등 일체의 학문을 대표할 수도 있다. 이는 문학이 인생의 총체적인 한 학문인 까닭으로서 다른 어떠한 예술보다도 사상적인 위력을 발휘할 수 있는 요소이기도 하다. (중략) 본지의 창간을 실천한 것은 문학이 이와 같은 문화의 기본적인 핵심임을 깊이 인정한 까닭에서이다.”

<조연현(왼쪽) 현대문학 초대 주간(1955~1981)과 최동호 6대 주간 (1993~1995).>
한국 최장수 문예지 ‘현대문학’은 창간 70주년을 맞아 이를 기념하는 특대(特大)호를 1일 출간했다.
1955년 1월 창간 이후 단 한 번의 결호도 없었다. 이번이 841호.
한국 추상미술의 선구자 유영국(1916~2002)의 그림 두 점을 표지화로 정해 서로 다른 두 버전의 표지를 제작했다. 단편소설 10편, 시 20편, 중편소설 1편 등 총 456쪽에 달한다.
통상 단편소설 5편, 시 10편을 싣는데, 이번엔 분량을 대폭 늘렸다. 두툼하고 묵직하다.

70년간 총 625명의 문인(文人)을 배출했다.
황동규·정현종·오규원 등 시인 351명, 이범선·최일남·박경리·이문구·최인호·조정래 등 소설가 158명, 김윤식 등 평론가 80명, 기타 36명. 2000년대 이후 등단해 주목받는 소설가 최은미·정용준·오한기·임현·예소연, 시인 장이지·김승일·황인찬·유계영·양안다·유선혜 등도 모두 현대문학 출신 문인이다.
한국 문학의 산실이나 다름없다. 창간 이듬해인 1956년부터 ‘현대문학상’을 만들어 신인 작가를 발굴했다.
1978~1989년까지는 문학 단행본 중 가장 뛰어난 작품에 상을 줬고, 1990년부터 오늘날까지는 문예지에 수록된 작품 중 가장 돋보이는 단편소설·시·평론을 선정해 수여한다.
표지화(畵)로도 유명하다.
창간호는 ‘한국에서 가장 비싼 화가’로 불리는 김환기(1913~1974)가 그렸다.
문학진·이중섭·변종하·천경자·장욱진·서세옥 등 한국 미술계의 거목들이 거쳐 갔다.
박서보, 이우환, 이불, 서도호 등도 표지화를 장식했다.
2000년대 이후부터는 줄리언 오피, 마우리치오 카텔란 등 해외 유명 작가의 작품도 표지화로 실었다.
현대문학 측에 따르면, 이는 ‘국내외 아티스트의 가장 멋진 작품을 소개해 이 시대 예술의 바탕이 되는 아름다움을 알려야 한다’는 8대 주간이자 전 사장인 양숙진 회장의 의중이 반영됐다.

<왼쪽부터 영국 팝 아티스트 줄리언 오피(2009년 6월호), 프랑스 조각가이자 추상 작가 루이스 부르주아(2010년 4월호), 이탈리아 설치 미술가 마우리치 카텔란(2023년 4월호)의 표지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