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줄의 斷想
[22505]지역 주민의 반발과 지방자치단체의 님비에 더해 중앙정부의 안일함,사업자인 한국전력의
ironcow6204
2025. 1. 6. 08:25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우리나라 핵심 산업 생산 기지가 몰려 있는 충남과 경기 남부 등에 전기를 공급할 핵심 송배전망인 북당진~신탕정 송전선로가 마침내 준공됐다.
40km에 불과한 거리이지만 첫 계획 당시 준공 시점으로부터는 12년 6개월, 사업에 착수한 때로 따지면 21년 9개월 만이다.
지역 주민의 반발과 지방자치단체의 님비(Not in my backyard·우리 뒷마당은 안 된다)에 더해 중앙정부의 안일함, 사업자인 한국전력의 무기력까지 겹치며 사태를 악화시켰다는 비판이 나온다.
AI(인공지능)의 확산과 전기차 보급, 반도체 클러스터 건설 등에 따라 송배전망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지만, 건설 여건은 나날이 악화하고 있는 것이다.

<주민들 반대로 바다 위에 설치된 송전탑 북당진~신탕정 송전선로의 서해대교 인근 구간 모습.
당초 육상 송전선로로 설계됐지만, 지역 주민들의 반대로 해상에 설치했다.
송전탑 위치도 육상으로 예정됐다가 주민 반대로 바다 위에 설치물을 만들어 세웠다.
이런 과정을 거치며 당초 2012년 6월이었던 송전선로 준공 시점은 12년 넘게 지연됐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8일 국내 최장기 송전망 지연 사업인 345kV(킬로볼트) 규모 북당진~신탕정 송전선로가 전력 공급을 개시했다고 밝혔다.
해당 사업은 2003년 계획 수립 당시 2012년 6월 준공을 목표했지만, 주민 반발 등으로 2014년에야 공사를 시작했다.
이후에도 농작물 훼손, 철새 영향 등의 이유가 이어지며 공사는 멈추기 일쑤였다.
준공 시기는 6차례 밀렸고, 12년(150개월) 지각 준공된 것이다. 국내 송배전망 건설 사상 역대 최장 지연 기록이다.
송배전망 공사 지연은 북당진~신탕정만의 일이 아니다.
한국전력에 따르면 인근 당진화력발전소에서 신송산변전소를 잇는 345kV 선로가 90개월 지연되는 것을 비롯해 주요 송배전망 31건 중 26건이 계획보다 늦게 진행되고 있다.
앞으로 송배전망 건설에 어려움이 커지며 북당진-신탕정의 기록을 깨는 공사가 나올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한다.

충남 당진시 송악읍에서 아산시 탕정면까지 41.3km를 잇는 북당진~신탕정 송전선로는 2003년 제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 수립 당시부터 지난해 발표한 제10차 전기본까지 20년 동안 빠짐없이 포함된 이른바 ‘화석’ 같은 송전선로다.
인근 태안군에 있는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만든 전기를 아산 탕정에 있는 세계 최대 규모 디스플레이 단지 등으로 보내기 위해 추진됐다.
하지만 사업 착수 후 11년이 지난 2014년에야 공사는 시작됐고, 착공 후에도 계속 일정이 밀리며 공사에만 10년이 걸렸다.
당초 당진시 중심을 지날 예정이었던 송전선로는 주민들의 반발 속에 아산만에 접한 송악읍과 신평면, 우강면을 잇는 선로로 바뀌었다.
철탑을 더 세우고, 송전선이 길어지면서 건설비는 더 늘었다.
2010년대 초 ‘밀양 송전탑 사태’가 전국적인 관심을 끌자 당진 지역 117개 단체는 대책위원회를 만들고 강하게 반발했다.
2013년 당진 시민 1300명이 모인 가운데 열린 대규모 집회에선 송전 철탑 모형을 부수고 불태우기도 했다.
우여곡절 끝에 아산 구간부터 공사가 시작됐지만, 반발이 심한 당진에서는 3년 뒤인 2017년에서야 첫 삽을 뜰 수 있었다.
면 단위별로 100억원이 넘는 기금과 지원 사업비를 약속한 뒤였다.
사람을 피해 선로를 바닷가로 돌렸지만 이번에는 ‘철새’가 문제였다.
사람이 살지 않는 무인도에 송전탑을 설치하려고 했지만, 대책위에서는 겨울철에 삽교호를 찾는 철새의 피해를 막기 위해 섬과 섬 사이에 송전탑을 설치하라고 요구했다.
결국 송전탑 위치를 애초 계획한 곳에서 옮기고 나서야 공사는 재개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