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줄의 斷想
[22489]해남 등 전국 곳곳에서 가을배추 수확을 시작하면서 치솟던 배추 가격도 안정을
ironcow6204
2024. 12. 26. 08:42

“내가 배추 고순디, 올해처럼 배추 농사가 힘들기는 처음이랑께요.”
지난 11일 오후 전남 해남군 북평면 오산리 배추밭.
짙은 초록색 배추밭에선 김장용 가을배추 수확이 한창이었다.
농민 김광수(56)씨는 “올해 유독 배추 농사가 힘겨웠다”며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지난 8월 초 30도가 넘는 불볕더위에 배추 싹 3개 중 1개가 고사했다.
김씨는 “추가로 모종을 심었는데 이번에는 집중호우가 덮쳤다”며 “뿌리가 썩어버린 싹이 10개 중 2개는 됐다”고 했다. “그때는 내 속이 새카맣게 타부렀째.”

<지난 11일 오후 전남 해남군 북평면 오산리 밭에서 농민들이 가을 배추를 수확하고 있다.
올해 유례없는 폭염과 폭우 등 악조건을 극복하고 길러낸 배추다.>
배추 모종을 애지중지 90일 이상 키우며 ‘고군분투’한 끝에 가을배추는 무게 4㎏, 커다란 수박만큼 자랐다.
김씨는 그 배추를 뽑아 들고 “올 한 해 폭염과 폭우를 견뎌내고 자란 귀한 배추”라고 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는 속이 덜 차 상품성이 떨어지는 배추가 속출했다.
김씨는 “14년 동안 특급 배추만 거둬들였는데, 올해는 함량 미달인 배추가 30%는 된다”며 “이런 일은 살다살다 처음 본다”고 했다.
해남은 전국 최대 배추 산지다. 농가 3200여 곳이 축구장 6000개와 맞먹는 4257㏊에서 가을·겨울 배추를 키운다.
전국 재배 면적의 26%를 차지한다. 국토 최남단에 있어 가을·겨울 날씨가 온화한 데다 비옥한 황토가 넓게 펼쳐져 있다. 일교차도 크다.
그래도 다행인 건 미리 재배 면적을 늘린 것이다.
해남군 관계자는 “밭마다 30% 정도씩 상품성이 떨어지는 배추가 나오는 등 피해가 있었지만 재배량을 늘려 대응했다”며 “그래서 전체 생산량은 작년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