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줄의 斷想
[22474]정권이나 산업 트렌드에 따라 정부의 연구 지원이 너무 달라지는 불안정성이 가장 큰 문제라고
ironcow6204
2024. 12. 16. 09:26

내년도 의대 신입생이 1497명 증원됨에 따라 전국 공과대학에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가뜩이나 인재가 부족한데 의대가 증원되면서 다시 수능을 보거나 편입을 통해 의대·치대·한의대·약대 등 이른바 ‘메디컬 학과’로 가려는 이탈자들이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국 공대에선 “이러다간 공학의 경쟁력 전반이 약해질 것”이라는 비관적 목소리도 나온다.
서울대 공대는 최근 “그간 교육 방식을 다 바꾸자”며 ‘공대 활성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의대 등 메디컬 학과에 가기 위해 자퇴하는 공학도는 계속 늘고 있다.
지방 의대나 치대, 한의대, 약대 등에 다니는 학생들도 수도권 의대를 가기 위해 다시 수능을 보고, 이 자리를 다시 공대 학생들이 채우는 식의 ‘도미노 이탈’이 벌어지고 있다.

카이스트(KAIST)에 따르면 2021년부터 이달 4일까지 의대·치대 진학을 위해 자퇴한 카이스트 학생은 182명에 이른다.
이 가운데 학부 자퇴생이 178명으로 대다수였고, 석·박사 과정도 4명 있었다.
내년 의대 입학정원이 대폭 늘어난 데다 학생들이 수능을 본 뒤 자퇴하는 경우도 많아 올해 자퇴생은 더 늘 것으로 예상된다.
공대는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공대생들과 교수들은 정권이나 산업 트렌드에 따라 정부의 연구 지원이 너무 달라지는 불안정성이 가장 큰 문제라고 입을 모았다.
김성재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는 “해외 학회를 가서 ‘우리나라는 12대 국가전략기술을 육성한다’고 하면 ‘그럼 연구를 어떻게 하느냐’며 깜짝 놀란다”고 했다.
유행에 따라 특정 산업에 예산을 몰아주고, 전국에 클러스터를 만들면 다른 분야는 클 수가 없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더 큰 문제는 이런 트렌드가 정권 따라 5년마다 바뀐다는 것”이라고 했다.
서울대 원자핵공학과에서 차세대 원전을 연구하는 대학원생 구모(25)씨는 “지난 정부 ‘탈원전 정책’으로 학생들이 강의실 대신 거리로 나가 집회를 했다”며 “꾸준한 지원을 통해 흔들림 없이 연구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했다.
박은수 서울대 재료공학부 교수는 “10개 연구에 실패해야 선구적인 연구 1개를 성공할까 말까인데, 실패에 너무 인색하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