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줄의 斷想
[22449]20대에 늘어나던 여성의 경제활동이 결혼과 출산, 육아를 겪으며 30대에 줄어들었다가
ironcow6204
2024. 11. 26. 08:58

출산과 육아에 따른 경력 단절로 20대나 40·50대보다 낮았던 30대 여성의 고용률(인구 중 취업자 비율)이 사상 처음으로 70%를 넘었다.
30대 여성 10명 중 7명은 일한다는 뜻으로, 모든 연령대에서 가장 높은 고용률이다.
전통적으로 우리나라의 연령대별 여성 고용률은 10대 후반보다 20대가 높고, 출산과 육아 부담이 큰 30대에 낮아졌다가 40·50대에 다시 높아지고 60세 이후 꺾이는 패턴을 보였다.
그래프로 그리면 알파벳 ‘M’ 자와 비슷하다고 해서 ‘M 커브(M-curve)’로 불렸다.
하지만 일·가정의 양립 문화가 확산되면서 여성 경력 단절의 상징인 M 커브가 사라진 것이다.

16일 통계청에 따르면, 30대 여성 고용률은 지난해 68%로 40대(66%)와 50대(67.8%)를 제치고 전체 연령대 가운데 1위가 됐다.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00년 이후 처음이다.
1년 전에는 30대 여성 고용률(64.4%)이 50대(66.8%)와 40대(64.7%)에 이어 3위였다.
올 들어서는 지난달까지 30대 여성 고용률이 70.9%로, 처음으로 70%대로 올라섰다.
20년 전인 2004년 여성 고용률은 20대 59.3%에서 30대 53.1%로 꺾였다가 40대에 62.9%로 다시 높아지는 M 커브 형태가 뚜렸했다.
하지만 비혼(非婚)주의가 확산하고 저출산 추세가 이어지면서 30대 여자 고용률이 점차 올라가기 시작했다.
이후 2010년대 들어서는 육아휴직과 유연근무제 등 일하는 엄마와 아빠를 위한 각종 제도가 본격적으로 자리 잡으면서 작년과 올해 2년 연속으로 30대 여성 고용률이 1위로 올라선 것이다.
이철희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여성 고용률 그래프가 남성처럼 완만한 ‘역(逆)U자 형’에 수렴해가고 있다”며 “일과 가정 문제가 충돌하면 여성이 가정을 우선시해야 한다는 사회적 편견이 깨진 결과”라고 했다.
시중은행 영업점 창구 직원으로 일하는 A(42)씨는 육아휴직 기간이던 지난 7월 대리에서 과장으로 승진했다.
비교적 단순한 업무를 담당하는 특수직으로 채용된 A씨는 이미 육아휴직을 두 번 썼고 지난해 7월 셋째를 출산하면서 세 번째 육아휴직에 들어간 상태였다.
세 번의 육아휴직에도 불구하고 그는 특수직에서 처우가 더 좋은 일반직으로 전환된 데 이어 승진까지 하게 됐다.
이 은행 관계자는 “최근 여성들이 회사에서 육아휴직을 자유롭게 쓰고 있고, 육아휴직에 따른 인사 불이익도 없다는 점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고 말했다.

일을 그만두지 않고도 아이를 키울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육아는 부부 공동의 몫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으면서 국내 노동시장에서 여성들의 M커브(M-curve) 현상이 자취를 감추고 있다.
우리나라 못지않게 M커브 현상이 심각했던 일본도 30대 여성 고용률이 70%대를 넘어섰다.
16일 통계청에 따르면, 2012년 10만4996명 수준이던 육아휴직자 수는 2022년 19만9976명으로 거의 2배가 됐다. 또 지난 2015년 남성의 육아휴직급여 수급 비율은 5.6%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5배인 28%로 급증했다.
여성 외에도 육아를 위해 휴직하는 남성 비율이 증가했다는 뜻이다.
과거 육아는 여성의 몫이라는 인식이 팽배했지만, 지금 청년 세대에서는 부부가 분담해야 할 일로 바뀌었다.
특히 과거에는 육아휴직에 들어가면 인사상 불이익을 받는 관행이 만연해 있어, 아이를 키우려면 일을 아예 그만둬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 때문에 육아는 여성 경력 단절의 주범으로 지목돼 왔다.
그러나 눈치 보지 않고 육아휴직을 쓸 수 있는 기업 문화가 점차 자리 잡으면서 여성 경력 단절도 줄어들고 있다.
국내 한 광고 회사에 다니는 여성 B(37)씨는 지난 2022년 1년간 육아휴직을 쓰고 복직했지만, 복직한 직후 과장으로 승진했다.
그는 “요즘엔 철저히 성과 중심으로 인사 평가를 하기 때문에 육아휴직 사용 여부가 인사에 불리하게 작용한다는 건 옛말이 됐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