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줄의 斷想
[22350]세계에서 가장 늙은 나라. 엄격한 규칙 준수 정신. 일본이 스케이트보더들의 천국으로
ironcow6204
2024. 9. 24. 08:41
앳된 얼굴 선수들이 축 늘어진 옷을 입고 나온다. 귀에 무선 이어폰을 꽂은 채 나온 선수도 있다.
귀걸이, 목걸이 같은 액세서리도 자유롭게 차도 된다. 올림픽 정식 종목인 스케이트보딩 경기장 모습이다.
왠지 서구권 나라들에서 유행할 법한 경기지만 이 종목 최강자는 일본이다.
올림픽은 2020 도쿄에서 처음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고, 아시안게임은 2018 대회부터 겨뤘다.
4개 종목으로 나뉘어 경쟁하는데 일본은 도쿄에서 금메달 3개, 파리에선 2종목까지 진행한 현재 금 2개를 따냈다.
외신들은 “세계에서 가장 늙은 나라. 엄격한 규칙 준수 정신. 일본이 스케이트보더들의 천국으로 떠오르지 않을 것처럼 보이지만 일본 10대는 불타고 있다(미국 CNN)”면서 일본 스케이트보딩 문화를 눈여겨보고 있다.
스케이트보딩은 판 위에 바퀴를 달아 만든 이동 수단 스케이트보드를 타는 행위를 통칭하는 말이다.
약 70여 년 짧은 역사를 가진 이 놀이 문화는 오랜 기간 ‘하위 문화’로 여겨졌다가 최근 들어 공식 스포츠로 인정받았다.
크게 ‘스트리트’와 ‘파크’ 두 종목으로 나뉜다.
스트리트는 계단, 난간 등 장애물이 설치된 경기장에서, 파크는 움푹하게 파인 굴곡이 있는 경기장에서 연기를 한다.
과거 스케이트보더들이 놀이터 삼아 달리던 도심을 경기장으로 구현한 것이다.
올림픽과 아시안게임엔 스트리트, 파크 남녀 경기가 각각 열려 총 4개 금메달이 걸려있다.
2020 도쿄 올림픽에서 여자 스트리트 금메달을 차지한 니시야 모미지는 당시 만 13세, 여자 파크 은메달리스트 히라키 고코나는 만 12세였다.
그리고 이번 2024 파리 남녀 스트리트 여자부에선 요시자와 고코(14), 남자부는 호리고메 유토(25)가 정상에 올랐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은 스케이트보딩 출전권을 못 땄다. 일본은 남은 2종목에서도 금메달을 휩쓸겠다는 각오다.
<최고령 국가의 최고수 국가대표 - 일본 스케이트보딩 국가대표 호리고메 유토가 지난달 29일(현지 시각) 프랑스 콩코드 광장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스트리트 결승에서 연기를 펼치는 모습.
호리고메는 직전 대회에 이어 이 종목 2연패를 달성했다.>
스케이트보딩은 1950년대 미 캘리포니아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보드에 바퀴를 달고 도심을 돌아다니는 행위는 기성 질서에 대한 ‘저항’으로 여겨지며 젊은이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었고, 세계 각국으로 퍼져 나갔다.
1970년대 유행에 민감했던 일본 젊은이들은 미국 최신 트렌드인 스케이트보딩을 빠르게 받아들였다.
1976년 나온 잡지 ‘뽀빠이’가 열풍에 불을 지폈다.
뽀빠이는 스케이트보딩 최신 소식을 전했고 경제 호황기로 향하며 구매력이 높아진 일본 젊은이들은 유행에 뒤처지지 않으려 스케이트보드를 끼고 다녔다.
1982년 ‘일본스케이트보드협회’가 창립, 우후죽순으로 나오던 각종 단체들을 통합 관리하기 시작했다.
최신 음악, 패션을 스케이트보딩에 접목하려는 시도도 거리에서 잇따랐다.
1990년대 초반 일본 버블 붕괴는 거리 문화를 위기로 몰아넣었지만, 일본 스케이트보더들은 경제 불황으로 잠시 중단된 대회들을 다시 여는 등 거리로 나왔다.
일본스케이트보드협회는 불황에도 열풍이 꺾이지 않은 이때를 ‘본격적으로 일본인들에게 침투한 시기’라고 본다.
<스케이트보딩 다룬 日 뽀빠이 창간호 - 스케이트보딩 관련 기사가 실린 일본 잡지 뽀빠이 1976년 창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