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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속 격투기 수구...실제 경기 중 피 흘리기도

ironcow6204 2024. 9. 20. 08:35

 

 

[올림피디아]물 속 격투기 수구...실제 경기 중 피 흘리기도

 

올림픽에서 가장 힘들고 거친 종목으로 꼽히는 종목 중 의외의 스포츠가 있다. 
스포츠 전문지 블리처 리포트는 근력, 지구력, 속도, 민첩성, 기술, 피지컬 등 6가지를 기준으로 수구(水球·Water Polo)를 ‘세계에서 가장 힘든 스포츠’라고 설명했다. 
물 속에서 이뤄지는 경기라 우아해보이지만 수구는 올림픽에서 치러지는 수영 세부 4개 종목(경영, 다이빙, 아티스틱 수영, 수구) 중 가장 격렬하다.


물 속에서 하는 유일한 구기 스포츠인 수구는 흔히 물 속의 핸드볼로 불린다. 
가로 25m 세로 20m 좁은 수영장에 7명씩 팀을 이뤄 골문에 골을 넣는 스포츠로 핸드볼과 비슷해보였기 때문에 붙은 별명이다. 
그러나 몸싸움이 격렬해 ‘수중 격투기’라는 별명이 더 적절하다고 한다. 
한때 영국 여자 수구 대표팀은 무술 전문 강사를 초빙해 투기 종목 기술을 배우기도 했다. 
물 속에서 벌어지는 일이 많다보니 심판의 눈을 속이기 쉽기 때문에 공을 쥐지 않은 반대편 손으로 교묘하게 상대 선수를 밀치거나 물 속에 가라앉히는 것은 기본이다. 
진만근 수구 국가대표팀 지도자는 “물 속에서 일어나는 일은 심판이 보지 못한다. 물 속에서 발로 차고 주먹을 쥐고 때리기도 한다. 반칙이지만 심판에게 안 걸리게 하는 요령이 있다”고 했다.

 

 


<지난해 7월 27일 오후 일본 후쿠오카 마린 메세 후쿠오카홀에서 열린 '2023 세계수영선수권대회' 남자 수구 순위결정전 미국 대 프랑스 경기에서 미국 알렉스 보웬이 슛을 시도하고 있다.>

 


경기가 격렬해지면 상대를 때리는 일도 빈번해 유혈 사태가 일어나기도 한다. 
경기장은 전쟁터와 다름없다. 실제 전쟁 같았던 1956 멜버른 올림픽 ‘물 속의 혈투(Blood in the water)’ 사건도 있다. 
냉전으로 미국과 소련의 각축전 중,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반소련 시위를 벌이며 스탈린 동상을 부수고 소련 국기를 태우는 혁명이 일어났다. 
소련은 부다페스트로 진격해 시위를 진압했다. 이 사건으로 두 나라의 관계는 더욱 악화되었고 마침 수구 준결승전에서 헝가리와 소련이 맞붙었다. 
서로 난투극이 벌어졌고 4-0으로 헝가리가 앞서자 경기 종료까지 겨우 몇 분만을 남겨둔 시점에 소련의 발렌틴 프로코포프가 헝가리 대표팀 에르빈 자도르의 얼굴에 주먹을 날렸다. 
에르빈 자도르가 피를 흘리며 물속에 쓰러져 말 그대로 물 속의 혈투가 됐고, 경기는 중단됐다. 
결국 승리해 결승에 진출한 헝가리는 유고슬라비아를 상대로 승리를 거두면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때문에 헝가리에선 수구가 국민 스포츠로 꼽힌다. 
올림픽에서 1932년을 시작으로, 1936년, 1952년, 1956년, 1964년, 1976년, 그리고 2000년-2004년-2008년의 3연속 금메달을 포함하여 금메달을 9개나 획득했다.


수영복을 입고 워낙 격렬한 몸싸움이 벌어지다 보니 예기치 않은 노출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지난 2012 런던대회 여자 수구 미국-스페인전에서 한 선수의 신체가 전세계에 노출되는 방송사고도 있었다. 
때문에 방송사들은 생중계하지 않거나 지연 중계(시간차를 두고 중계)를 하기도 한다. 
여자 수구가 정식으로 채택된 지난 2000 시드니 대회 때도 호주와 러시아 경기에서만 무려 10여 명의 수영복이 찢어진 채 경기를 진행했다. 
김기우 수구 국가대표팀 지도자는 “예전에는 남자 선수들은 수영복을 두장 겹쳐 입기도 했다. 요즘은 애초에 두겹으로 나온 수영복을 입는다. 여자 선수들은 수영복이 끊어지거나 찢어질 각오를 하고 뛴다. 
최근에는 이런 사고가 많이 줄어든 편”이라면서 “이런 문제로 과거 외국에서도 지연중계도 했지만 요즘에는 워낙 인기가 많아 올림픽 뿐만 아니라 프로 리그를 생중계 하는 곳도 있다”고 했다.


수구는 전세계 많은 팬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남자 수구는 1900년 올림픽 종목에 정식 채택돼 한번도 제외된 적이 없는 종목. 미국과 유럽에서는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한국은 1988년 서울 대회를 제하고는 단 한 번도 자력으로 올림픽 출전권을 얻지 못했다. 때문에 국내에서 수구는 비인기종목이다. 
그럼에도 대한수영연맹과 수구위원회는 최근 유소년 경기에서 학교 팀이 아닌 클럽 팀으로 참가를 가능하게 하는 등 선수 수급과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2407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