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줄의 斷想
[22341]졸업한 지 1년을 지나서도 여전히 취업 준비에 매달리는 취업 장수생은 10명 중 3명꼴에 달하는
ironcow6204
2024. 9. 13. 08:25

4년 전 대학 상경 계열을 졸업한 김모(31)씨는 졸업장을 받고 2년 후부터 아르바이트를 전전하고 있다.
일주일에 한 시간 이상만 일해도 취업자로 집계하는 통계청 기준으로는 2년 전부터 취업자로 분류되고 있지만, 그는 자신이 번듯한 사회 초년생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적게는 월 50만원, 많게는 150만원을 버는 시간제 아르바이트를 벌써 4차례 거치며 ‘진짜 첫 직장’을 알아보고 있다.
그는 “대기업까지는 아니라도 최소 월 300만원 이상 받는 기업에 들어가는 것이 목표”라며 “주변에도 나 같은 취업 삼수(三修)·사수생(四修生)이 적지 않다”고 했다.

<지난 3일 오후 서울 서초구 aT센터에서 열린 2024 환경산업 일자리 박람회에서 구직자들이 채용 공고 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취업하는 ‘현역 취업’이나 1년 안에 취업하는 ‘취업 재수’가 줄고 삼수생 이상 취업 장수생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한 번이라도 취업한 경험이 있는 우리나라 만 20~34세 청년들이 대학 등 최종 학력을 마치고 첫 직장을 얻기까지 걸린 기간이 올 들어 1년 2개월에 달해 역대 최장 기간을 기록했다.
졸업한 지 1년을 지나서도 여전히 취업 준비에 매달리는 취업 장수생은 10명 중 3명꼴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21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5월 기준 취업했거나 취업 경험이 있는 20~34세 683만2000명의 평균 첫 취업 소요 기간은 14개월로 1년 전보다 1.7개월 늘었다.
관련 통계를 집계한 2017년 이후 역대 최장 기간이다.
청년층이 양질의 일자리로 진입하는 등용문인 대졸 공채 문호가 점차 좁아지고 있는 가운데, 올 들어 내수와 건설 경기 부진까지 겹치면서 생애 첫 직장을 찾는 청년층의 고용 시장에 찬바람이 불고 있는 것이다.
경기도에 사는 이모(31)씨는 대학 졸업반인 2019년부터 대기업 공채에 도전했지만 번번이 낙방했다.
눈높이를 낮춰 올해 한 스타트업에 취직한 그는 “각종 공모전 수상과 인턴 체험 등 ‘스펙’을 쌓았지만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다”며 “대기업 취업을 위한 노력이 마치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같았다”고 했다.

60·70대를 중심으로 취업자 수가 늘어나는 노동시장 고령화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청년층의 구직난은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반도체 수출을 제외하고는 소비와 설비투자 등 모든 부문에서 경기가 좋지 않아 기업들이 중장기적으로 비용이 많이 드는 청년 정규직을 뽑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최근 고용 시장은 60·70대 취업자 수 증가 폭이 압도적으로 높고 20·30대 취업자 수는 감소하는 고령화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월평균 취업자 수는 2841만6000명으로 전년 대비 32만7000명 늘어났는데, 60세 이상 취업자 수 증가 폭이 36만6000명에 달했다. 반면 20대 취업자 수는 8만명 넘게 줄었다.
기업들이 신입 채용을 줄이면서 취업 장수생은 날로 늘어나고 있다.
20~34세 취업 유경험자 가운데 졸업 후 바로 취업하거나 1년 이내 취업한 ‘현역’과 ‘재수’는 67.8%인 462만9000명이었고, 1년 이상 걸린 삼수(三修) 이상 취업 장수생은 220만3000명(32.2%)이었다.
졸업 후 취업까지 2년 넘게 걸린 장수생도 133만8000명(19.6%)에 달했다.
어렵사리 얻은 첫 직장도 시간제나 임시직인 경우가 많았다.
20~34세 취업 유경험자들이 평균 14개월 만에 겨우 얻었다는 첫 직장 가운데 18.9%는 일주일에 일하는 시간이 36시간 미만인 시간제 근로자였다.
이 비율은 2017년 통계 집계 이후 가장 높다. 계약 기간이 1년 이하인 임시직 비율도 28.3%로 역대 최대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