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줄의 斷想
[22338]서울시는 박물관 마을을 도심의 새로운 명소로 만들려고 했으나 좀처럼 활성화되지
ironcow6204
2024. 9. 10. 11:41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신문로2가 돈의문 박물관 마을. 좁은 골목길을 걸어 올라가니 1960~1980년대 분위기의 마을이 나왔다.
서울 도심인데 지나가는 사람 한 명 없이 한적했다. 이름은 박물관 마을이지만 떡볶이 집과 옛날 오락실, 바비큐 식당 등이 뒤섞여 있다.
건물 2층에는 1964년 개봉한 ‘맨발의 청춘’ 영화 광고가 걸려 있었다.
마을 안쪽 신축 한옥에서는 한식 등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지만 목요일~일요일에만 문을 연다.
<인적 없는 박물관 마을 - 서울 종로구 돈의문 박물관 마을. 서울시가 2017년 “동네의 모습을 보존한다”는 취지로 조성한 마을이다.
1960년대 인기를 끌었던 영화 광고판, ‘리어카 목마’ 등이 보인다. 서울시는 내년부터 마을을 철거하고 녹지를 조성할 계획이다.>
서울시가 이날 이 마을을 철거하고 경희궁과 묶어 서울광장 10배 크기의 역사문화공원을 만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신축 한옥 등 일부 건물을 제외하고 대부분 철거해 2035년까지 공원으로 만들 것”이라고 했다.
철거는 내년 하반기에 시작할 계획이다.
돈의문 박물관 마을은 박원순 전 시장 시절인 2017년 조성했다. 박 전 시장의 대표적인 도시 재생 프로젝트로 꼽혔다.
이 일대는 원래 노후 주택, 식당 등이 모여 있던 ‘새문안마을’이라는 동네였다.
이 지역을 재개발하면서 서울시가 조합에서 기부 채납 받은 땅 9100㎡(약 2700평)에 박물관 마을을 조성했다.
당시 서울시는 “동네의 옛 모습을 그대로 보존해야 한다”며 낡은 식당 건물 몇 곳을 남기고 옛 골목도 재현했다. 곳곳에 벽화도 그렸다.
마을을 조성하는 데 330억원이 들었다. 재개발 지역에는 GS건설이 경희궁자이 아파트를 지었다.
서울시는 박물관 마을을 도심의 새로운 명소로 만들려고 했으나 좀처럼 활성화되지 않았다.
코로나 시절에는 음식점, 공방, 갤러리 등이 줄줄이 문을 닫으며 ‘유령 마을’이라고도 불렸다.
인근 아파트 주민 안모(39)씨는 “서울 도심인데 밤에는 마을 앞길을 지나가기 무서울 정도였다”고 했다.
2021년 복귀한 오세훈 서울시장이 2022년부터 민간 업체에 마을 운영을 맡기고 한식, 한복 등 체험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매년 20억원씩 들었다. 하지만 효과를 보지는 못했다는 게 서울시 평가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후 조금씩 방문객이 늘고는 있지만 여전히 활용도가 낮고 도심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다”고 했다.
2017년부터 서울시가 공사비, 위탁 운영비 등으로 쓴 돈은 480억원. 월 평균 방문객은 4만명 수준에 그쳤다.
그동안 서울시의회에서도 “서울 도심 금싸라기 땅이 사실상 방치돼 있다” “세금 낭비 사례”라는 지적이 계속 제기됐다. 일부 시설의 입찰을 두고는 특혜 의혹이 일기도 했다.
<1904년 돈의문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