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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육사 강령서 ‘맥아더 정신’ 지웠다, 이유는?
ironcow6204
2024. 5. 17. 09:39
美 육사 강령서 ‘맥아더 정신’ 지웠다, 이유는?
웨스트포인트 교장, ‘의무·명예·조국’ 빼고 ‘육군의 가치’ 넣어 논란
‘의무(Duty), 명예(Honor), 조국(Country).’
미국 뉴욕주에 있는 미군 최정예 장교 양성의 요람 육군사관학교(웨스트포인트)가 생도들에게 4년 내내 되뇌도록 하는 ‘학교 강령(mission statement)’이다.
군 지휘관으로 항상 국가에 대한 의무를 생각하면서 군의 명예를 더럽히지 말라는 뜻이다.
이 강령을 미국인들에게 널리 알린 사람은 6·25 전쟁 영웅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이다.
웨스트포인트 동문으로 이 학교 교장도 지낸 그는 세상을 떠나기 2년 전인 1962년 모교에서 연설을 통해 이 단어를 언급했다.
이후 많은 미국인들이 알게 됐고, 지난 1998년 학교 강령으로 공식 채택됐다.
그런데 학교 당국이 이 강령을 다른 단어로 바꾸기로 하자 보수 진영이 들고일어나면서 이념 논쟁으로 번지고 있다. 정치·사회·문화 등 미국의 각 분야에서 전방위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PC) 논쟁에 군(軍)까지 휘말리는 양상이다.
웨스트포인트는 지난 11일 보도 자료를 내고 학교 강령 교체 사실을 발표했다.
스티븐 길랜드 교장(중장)은 “전쟁에서 싸우고 승리할 지도자를 배출해야 하는 웨스트포인트는 정기적으로 우리 자신을 평가해야 할 의무가 있다”며 “이에 따라 지난 1년 반 동안 우리의 비전과 전략 등을 검토했고, 강령을 변경하기로 결정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학교의 새 강령을 ‘의무·명예·조국’에서 ‘육군의 가치(Army values)’로 바꿨다고 했다.
그는 “크리스틴 워머스 육군장관과 랜디 조지 육군 참모총장 모두 변경안을 승인했다”며 “의무·명예·조국 이 세 단어는 여전히 웨스트포인트 문화의 근간으로 남아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 발표는 후폭풍을 불러왔다.
교체 사실이 알려진 사흘 뒤인 14일 웨스트포인트 동문 단체 중 하나인 ‘맥아더 웨스트포인트 졸업생 협회’가 ‘조국’과 ‘의무’가 공식 강령에서 삭제된 것을 문제 삼아 학교 당국을 겨냥해 포문을 열었다.
협회는 성명에서 “새 강령은 ‘좌파 이데올로기’를 반영하고 있다”며 “우리의 적들이 (웨스트포인트에) 침투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조국’ ‘의무’와 같이 군인으로서 가져야 할 명확한 기준을 ‘가치’라는 모호한 표현으로 대체하기로 한 결정이 육군의 역량을 약화하려는 의도 아니냐”고도 했다.
엄정한 기율과 상명하복을 중시하는 군에서 사관학교 동문들이 현직 장성이 이끄는 모교 당국을 들이받는 이례적인 상황이 연출됐다.
그런데 이 같은 공세에 웨스트포인트가 강령 변경 이유나 배경 등을 명확하게 밝히지 않으면서 논란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다.
보수 진영에 몸담고 있는 주요 동문과 군 출신 인사들이 비판에 가세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당시 안보보좌관을 지냈던 마이클 플린 예비역 중장은 소셜미디어에 “시대를 초월한 표현(의무·명예·조국)이 DEI 같은 새로운 ‘가치’로 바뀌지 않기를 바란다”고 했다.
DEI는 다양성·형평성·포용성(Diversity, Equity, and Inclusion)을 뜻하는 말로 민주당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군의 다양성 강화를 위해 강조하는 개념이다.
공화당 폴 고사, 클레이 히긴스 하원의원 등은 “우리 군에 ‘워크’(woke·깨어 있음)가 완벽하게 침투했다”고 했다.
워크는 원래 PC 가치관을 중시하는 생활양식을 뜻하는 말이었지만, 보수 진영에서 PC를 멸시·조롱하는 단어로 쓰이고 있다.
이날 X(옛 트위터)에서도 “의무와 명예, 조국을 마음에 품은 채 목숨을 걸고 나라를 지켰다” “오래된 전통을 누가 어떤 권한으로 바꾸겠다는 것이냐” 등 웨스트포인트 출신 예비역들의 항의 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미국 뉴욕주 웨스트포인트 캠퍼스에 있는 한 동상에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이 널리 알렸던 학교 강령 ‘의무(Duty), 명예(Honor), 조국(Country)’이 새겨진 모습.
그러나 학교 당국이 최근 이 강령을 교체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