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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인권 상징 뉴욕서 ‘가방 수색’이 부활한 이유?

ironcow6204 2024. 5. 3. 08:39


[윤주헌의 what’s up 뉴욕] 자유·인권 상징 뉴욕서 ‘가방 수색’이 부활한 이유?

 



지난 7일 오후 4시 미국 뉴욕시 맨해튼 중심가에 위치한 그랜드센트럴역. 
하루 유동 인구만 75만명에 달하는 역 광장 한편에서 군인들이 소총 방아쇠에 손가락을 건 채로 시민들을 지켜봤다. 
에스컬레이터 옆 계단에는 평소 없었던 경찰 세 명이 서 있었다. 
맨해튼의 또 다른 교통 관문인 펜스테이션에서 지하철을 타고 콜럼버스 서클역에 도착할 때쯤에도 “이 역에는 경찰이 있다”는 방송이 나왔다. 
열차 출입문이 열리자 방송대로 승강장에 서 있는 경찰들과 마주쳤다.




날로 기승을 부리는 뉴욕 지하철 강력 범죄에 대처하기 위해 뉴욕주(州)가 군인과 경찰을 동원하고 있다. 
전날 캐시 호컬 뉴욕 주지사는 “뉴욕시 지하철에 주 방위군 750여 명과 주 경찰 250여 명을 배치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범죄 예방을 위한 순찰을 하는 데 그치지 않고 주요 지하철역을 찾는 시민들의 가방까지 무작위로 검사하고 있다. 
가방 검사를 거부할 순 있지만, 이 경우 지하철에 탑승할 수 없다. 
한국에서도 1990년대 들어 점차 자취를 감춘 가방 수색 등 불심검문이 자유와 인권의 상징 뉴욕에서 부활한 것이다.

 

 


<지난 7일 미국 뉴욕 맨해튼의 펜스테이션에서 뉴욕주 경찰과 메트로폴리탄교통공사 경찰이 소총으로 무장한 채 시민의 가방을 검사하고 있다.>

 

뉴욕주가 특단의 조치를 취한 이유는 최근 지하철 역사와 승강장, 열차 등에서 강력 범죄가 빈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브롱크스의 한 지하철역 승강장에서 총격 사건으로 30대 남성 1명이 죽고 5명이 다쳤다. 
1월엔 브루클린에서 맨해튼으로 달리던 열차에서 “음악 소리가 시끄럽다”며 다투던 승객들을 말리던 40대 남성 1명이 총에 맞아 목숨을 잃었다. 
지난해 11월 콜럼버스 서클역을 출발한 열차에서는 한 승객이 스크루 드라이버(나사를 조이는 공구)에 머리가 찔리는 일이 발생했다.


뉴욕 시민 상당수는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호컬 주지사가 “사람들이 안전하지 않다고 느끼면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했지만, “가방 검사를 한다고 범죄가 줄겠느냐”는 반응이 나온다. 
특히 우범 지역에서도 하지 않는 가방 검사를 단지 사람들이 많이 다닌다는 이유로 혼잡한 지하철역에서 불심검문 형태로 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불만이 잇따르자 호컬 주지사는 지하철 역사에 배치된 군인들에게 더 이상 총을 들지 말라고 했다. 
뉴욕주 정부는 지하철에서 승객 폭행으로 유죄판결을 받으면 3년간 열차 탑승을 금지하는 법안도 추진하고 있다.(24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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