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줄의 斷想
[22171]세계 GDP 13위 대한민국이 ‘바가지 공화국’이라는 오명에 계속 몸살을 앓고
ironcow6204
2024. 5. 2. 10:32
지난 4일 인천 소래포구 종합 어시장.
한산한 평일 점심 시간 시장에 들어서자 “언니 이리 와”라며 상인들의 호객 행위가 이어졌다.
이 중 한 상인이 기자의 팔을 끌며 “주꾸미 1㎏에 4만원”이라고 했다.
“좀 더 둘러보겠다”고 하자 그는 “1㎏에 3만5000원”이라고 가격을 낮췄다.
바로 옆 다른 상점 주인은 “주꾸미 상품(上品) 1㎏에 3만원”이라고 했다.
인천 소래포구는 최근까지 ‘깜깜이 가격’, 상품 무게를 늘리기 위해 물을 더 넣는 소위 ‘물치기’, 다리가 잘렸거나 몸통이 망가진 대게 등을 섞어 파는 ‘섞어치기’ 등으로 홍역을 앓았던 곳이다.
논란이 심해지자 작년 상인들은 다 같이 절을 하며 “뼈 깎는 자세로 자정 노력을 보여주겠다”고 한 바 있다.
이날 기자가 다시 찾은 소래포구는 달라진 게 거의 없었다.
일반 소비자들은 품목당 1㎏에 정확히 얼마인지 기준 가격조차 알기 어려웠다.
한 가게 주인은 중간 크기 피조개 1㎏을 “2만8000원”이라고 했다.
수협에 따르면 이날 여수 피조개는 1㎏(중간 크기)에 1만800원 정도였다.
소비자들은 이런 가격 차이를 일일이 알기 어렵다.
세계 GDP 13위 대한민국이 ‘바가지 공화국’이라는 오명에 계속 몸살을 앓고 있다.
K컬처 열풍으로 작년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이 1103만명에 달하지만, 국내 유명 전통 시장과 명동을 비롯한 주요 상권, 제주도·강원도 같은 유명 관광지에서 ‘바가지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일요일인 지난 3일 오후 4시쯤 명동 쇼핑 거리는 넘쳐나는 외국인 관광객들로 발 디딜 틈조차 없었다. 곳곳에서 영어, 중국어, 일본어가 들렸다.
외국인 관광객 수십명이 몰린 한 길거리 음식점에선 손가락 마디만 한 꼬마 김밥 6줄을 6000원에 팔고 있었다. 일반 식당보다 50%가량 비싼 수준이다.
버터구이 오징어는 1만5000원으로 국내 대형 영화관 판매 가격의 3배 수준이었다.
이날 만난 한 베트남 관광객은 “모든 가격이 예상보다 너무 비싸서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
<어시장서 ‘저울 눈속임’ 점검 - 지난 5일 인천 남동구 소래포구 어시장에서 남동구청 직원들이 저울 눈속임 등 불법 상거래 여부를 점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