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줄의 斷想
[22119]Z세대의 디토(Ditto) 소비가 전 세계를 휩쓸고 있다.
ironcow6204
2024. 3. 20. 09:11

“오늘도 대형 마트 앞에선 스탠리 컵을 손에 넣지 못해 울부짖는 소녀들을 볼 수 있다.”
지난 20일(현지 시각) 미국 온라인 매체 더네이셔널에 올라온 글이다.
최근 북미 10~20대 사이에선 ‘분홍빛 열병’이 한창이다. 미국 보온병 업체 스탠리(Stanley)가 내놓은 분홍색 텀블러를 손에 넣으려고 전국 각지에서 새벽마다 대형 마트에 줄을 서거나 노숙을 하는 이들이 폭증했다.
이 분홍색 컵이 인기를 끈 건 작년부터다.
화재로 전소한 차량 안에 놓인 스탠리 텀블러를 열어보니 얼음이 하나도 녹지 않고 그대로 남아있었던 영상이 틱톡(Tiktok)에서 화제를 모았고, 이후 스탠리 텀블러 해시태그를 단 게시물의 조회 수는 9억회를 넘겼다.
스탠리사(社) 매출도 급증했다. 2019년 7300만달러(약 976억원)에서 지난해 7억5000만달러(약 1조35억원)로 4년 만에 10배 이상으로 뛰었다.

틱톡에서 인기를 끌면서 10대 소비자들 사이에선 이 한정판 컵이 꼭 손에 넣어야 하는 물건이 됐다.
작년 크리스마스 미국 대형 마트에선 자녀를 위해 스탠리 컵을 구하러 뛰어가는 부모들의 모습이 보도되기도 했다.
해당 제품은 연일 품절되면서 49.95달러(약 6만5000원)짜리 컵이 온라인 중고 시장에서 550달러(약 73만원)에 팔리는 일까지 생겼다.
기현상(奇現象)은 국내에도 상륙했다.
26일 국내 1위 패션몰 무신사에 따르면, 지난 12월 중순부터 1월 중순까지 ‘스탠리’와 ‘스탠리 텀블러’ 검색량은 155%, 88%씩 늘었다.
무신사 관계자는 “10~20대 소비자들 사이에서 최근 무섭게 팔려나가고 있다”고 했다.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에 태어난 세대)의 디토(Ditto) 소비가 전 세계를 휩쓸고 있다.
‘디토’는 라틴어에서 유래한 말로 ‘나도’란 뜻. 디토 소비란 유명인, 인플루언서, 특정 인물이 구매한 제품을 따라 사는 소비 트렌드를 일컫는 말이다.
기성세대 눈엔 맹목적인 모방 소비처럼 보이겠지만, 요즘 Z세대에겐 ‘취향을 찾는 빠른 방법’으로 통한다.
틱톡·인스타그램 같은 소셜미디어에서 각종 숏폼(짧은 동영상)을 보면서 ‘내가 무엇을 사고 싶은가’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 세계 소비 지도가 Z세대의 ‘디토’ 취향에 따라 바뀌고 있는 것이다.
“옷이며 양말이며 우산에 귀마개까지, 딸 때문에 산리오 캐릭터가 그려진 물건은 다 샀어요. 쓴 돈만 100만원이 넘네요.”
지난 25일 국내 최대 규모의 한 맘 카페에 학부모가 쓴 글이다.
“100만원이면 적게 썼네요.” “산리오 캐릭터 때문에 요즘 등골이 휩니다.” 같은 댓글이 수십 개 달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