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줄의 斷想
[22112]“긴급 상황이라도 남의 물건 파손은 범죄다” “이걸 인정하면 앞으로 재해 때마다
ironcow6204
2024. 3. 15. 10:04
이달 초 규모 7.6 강진이 발생해 많은 사상자가 난 일본에서 최근 이와 관련한 ‘자판기 파손 논란’이 일고 있다. 지진 당일 한 고등학교로 피난한 이재민들이 마실 물이 부족하자 자판기 세 대를 부수고 음료수를 꺼내 나눠 먹은 사건이다.
1일 발생한 ‘노토반도 지진’은 이시카와현에서만 232명이 사망하고 가옥과 건물 3만1659채가 파괴된 강진이었다.
지진·화재 등 재난 상황에 상점을 터는 의도적 약탈까지 흔한 미국·유럽 등과 비교하면 일본의 자판기 파손은 사소한 일로 여겨질 수도 있다.
하지만 일본의 여론은 재난 상황임을 감안하더라도 ‘허가 없이 자판기를 파손했으니 기물 손괴죄로 처벌해야 한다’는 쪽으로 기우는 모습이다.
부서진 자판기가 일본판 ‘정의란 무엇인가’ 논의를 촉발한 것이다.
<지진 발생 3주, 돌아오지 못하는 일상 - 지난 15일 일본 이시카와현 노토반도 와지마시에 주택 잔해들이 깔려 있다.
지난 1일 규모 7.6 강진으로 232명이 숨지고 건물 3만1659채가 무너진 가운데, 지진 당일 한 고교 대피소의 음료 자판기 세 대를 파손, 음료수를 나눠준 일부 피난민의 조치가 도마에 올랐다.
“비상 상황에 따른 불가피한 조치”라는 평가보다 “허가 없는 파손이라 처벌 대상”이라는 의견이 많다.>
자판기 파손 사건이 발생한 시점은 강진 발생 약 네 시간 후인 지난 1일 오후 8시쯤이다.
이날 이시카와현의 아나미즈(穴水) 고등학교에 인근 주민 100여 명이 급하게 피난했다.
지방정부가 사전 지정한 피난소는 아니었지만 주변 가옥이 연이어 붕괴하는 위험 상황에 주민들이 가까운 학교로 모여들었다.
당시 노토반도 전역에서 정전·단수가 발생했기 때문에 이 피난민들도 제대로 식량과 음료를 확보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에 현장에서 한 여성이 주도해 남성 네 명이 주변 피난민들에게 ‘긴급 상황’이라고 알리고 공구 등을 써서 교내에 설치된 자판기 세 대를 부수고 음료수를 꺼내 피난민들에게 나눠줬다.
자판기를 부순 한 명은 당시 지역 신문인 홋코쿠 신문에 “음료수를 확보하기 위해 자판기를 파손해도 되는지 (관리자에게)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들의 구체적 신원은 공개되지 않았다.
<일본 이시카와현 아나미즈마치 아나미즈고교 내 음료 자판기가 규모 7.6 강진이 닥쳤던 지난 1일 밤 파손돼 음료들이 모두 사라져 있다.
지진의 혼란을 틈탄 범죄라는 비난이 쏟아졌으나, 후에 일부 주민들이 피난소에 나눠주기 위해 운영업체 측 허락을 구했던 것으로 밝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