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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링턴 국립묘지 ‘남부연합 기념비’ 철거… 미국판 역사 바로세우기
ironcow6204
2024. 1. 25. 10:21
알링턴 국립묘지 ‘남부연합 기념비’ 철거… 미국판 역사 바로세우기
버지니아州 착수에 찬반 논란
18일(현지 시각) 오전 미국 버지니아주(州) 알링턴 국립묘지 내 ‘남부 연합 기념비(Confederate memorial)’가 철거되기 시작했다.
이 기념비는 진보 진영에서 19세기까지 미국 남부에서 만연했던 노예제의 상징물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그런데 이날 철거를 시작한 지 불과 몇 시간이 되지 않아 상황이 급변했다.
버지니아주 연방 법원에서 “철거를 잠시 멈추라”며 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법원은 20일 기념비 철거가 절차적으로 연방법을 위반한 것은 아닌지 등에 대해 청문회를 열 예정이다.
앞서 묘지 측은 지난주 기념비 주변에 안전 펜스를 설치했고, 이번 주 중 철거를 완료한다고 발표한 상태였다.
<최근 철거 논란의 중심에 선 미 버지니아주 알링턴 국립묘지의 남부연합 기념비>
미국 남북전쟁(1861~1865년)에서 북부 연방군이 승리해 노예제는 폐지됐다.
이 기념비는 종전 반세기 후인 1914년 남부 연합의 군대나 정부에서 복무했던 후손들로 구성된 ‘남부 연합의 딸들(United Daughters of the Confederacy)’의 주도하에 세워졌다.
약 10m 높이의 청동 기념비 상단에는 올리브 화관을 쓴 여인이 서 있고, 그 아래 받침대에는 백인 장교의 아이로 보이는 아이를 안고 있는 흑인 여성과 주인을 따라 전쟁터로 나가는 남성 노예 등이 새겨져 있다.
2020년 미국에서는 흑인이 백인 경찰에게 무릎으로 눌려 질식사하는 조지 플로이드 사건이 벌어지면서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BLM)’ 운동이 전개됐다.
이 운동 여파 등으로 미 의회는 2021년 국방부 산하에 ‘명명위원회’를 만들고 노예제 흔적을 청산하기 시작했는데, 그중 하나로 알링턴 묘지의 남부 연합 기념비를 철거하기로 한 것이다.
<미국 뉴욕 맨해튼 '콜럼버스 서클'에 있는 크리스토퍼 콜럼버스의 기념비도 철거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작년 철거 논란이 일었을 때 공화당 하원 의원 40여 명은 로이드 오스틴 국방 장관에게 서한을 보내 “이 기념비는 미국 남부 연합을 기념하는 게 아니라 남북 간 화해와 국가적 통합을 기념하는 것”이라며 “위원회가 기념비 철거를 권고한 것은 권한을 넘어선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러다 철거가 시작되기 전날 일부 보수 단체에서 법원에 철거 금지 명령을 구하는 소송을 냈고 법원이 일단 이를 받아들였다.
미국판 ‘역사 바로세우기’에 해당하는 이 같은 철거 논란은 최근 몇 년간 미국에서 이어져왔다.
하지만 지나친 PC(Political Correctness·정치적 올바름)에 염증을 느끼는 미국인이 늘어나면서 이에 대한 반발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미국 뉴욕 맨해튼 도심에 있는 유니온 스퀘어 조지 워싱턴 동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