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줄의 斷想

[21956]외국인 근로자들의 수가 줄어들었고, 여기에 힘든 일을 회피하려는 경향까지

ironcow6204 2023. 11. 21. 10:36

 

 

 

지난 2일 경남 밀양의 한 의료용 침구 세탁 사업장. 
395m²(약 120평) 규모의 공장에서 평균 연령 65세의 근로자 45명이 세탁물을 개고 있었다. 
이들 중엔 74세 노인도 있었다. 

공장 내부엔 아직 정리되지 못한 옷감이 성인 남성 키 높이만큼 쌓여 있었다. 
업체 대표 박모(66)씨는 “최근 대형 병원으로부터 6000만원짜리 계약을 따냈는데, 외국인 근로자조차 없어 동네 어르신들에게 도와달라고 부탁했다”며 “그런데도 일손이 부족해 큰일”이라고 했다.

 

 

 

지역 중소기업들이 외국인 근로자를 구하지 못해 노인을 고용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외국인 근로자들의 수가 줄어들었고, 여기에 힘든 일을 회피하려는 경향까지 생겼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비숙련취업(E-9), 방문취업(H-2) 비자를 받은 외국인은 2018년 53만명, 2020년 39만명, 작년 37만명으로 줄었다. 코로나로 국제 인력 이동이 제한된 탓이다. 
외국인 근로자를 대체한 노인 취업은 늘어나고 있다. 60세 이상 취업자는 올해 8월 기준 641만명으로 작년 대비 30만4000명 증가했다.


박씨의 공장도 지난 8월 고용한 외국인 근로자 10명이 한 번에 그만뒀다고 한다. 
콩고 근로자 한 명이 개인적 사정으로 그만뒀는데 우즈베키스탄, 필리핀 국적의 나머지 외국인들도 연쇄적으로 퇴사했다. 
박씨는 “한 명이 그만두니, 남을 사람들의 일이 더 많아지리라 생각한 모양”이라고 했다. 
외국인 인력 부족 현상 때문에 바로 대체 인력을 구할 수도 없었다. 
박씨는 밀양 전 지역에 구인 광고물을 붙였지만 한 명도 지원하지 않았다고 한다.


소독용품 업체를 운영하는 남모(63)씨도 최근 자신의 공장에서 일하던 외국인 근로자가 대거 그만뒀다고 한다. 
지금은 일하는 20여 명 직원 중 절반 이상이 60대 이상이다. 
남씨는 “계약 기간이 남았는데 그만둬서 당황스러웠는데, 알고 보니 상대적으로 일이 쉬운 호텔이나 모텔 청소 업체로 다 갔더라”고 했다. 
그는 “우리가 인력난에 시달리는 걸 외국인들도 아니까, 쉬운 일만 하려고 하거나 태업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그렇다고 외국인 근로자 인건비가 저렴한 것도 아니다. 
5인 이상 제조업 공장에서는 외국인들에게 월급 350만원을, 5인 이하 공장에서는 230만원 정도를 지급한다. 
공장 규모와 상관없이 4대 보험도 들어줘야 한다. 
경남 지역에서 외국 인력 상담센터를 운영하는 윤상진 대표는 “최저임금 상승과 코로나 이후 인력 부족 현상으로 3년 전보다 외국인 근로자 인건비가 1.5배가량 늘어났다”고 했다.


중소기업 사장들 사이에선 “외국인 근로자는 10급 공무원”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소독용품 공장에서 일하는 류모(68)씨는 “외국인들은 우리처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계속 일하는 게 아니라, 50분 일한 뒤 10분 동안 쉬기를 반복하더라”며 “이들이 쉬는데 한국인만 일할 순 없어 다 같이 쉬는 문화가 정착됐다”고 했다.


외국인 근로자를 구하지 못한 중소기업들은 노년층을 대신 고용하고 있지만 생산성 문제에 부딪히고 있다. 
한 중소기업 업체 사장은 “청년 외국인들이 한 달에 물량 1000만원어치 일을 할 때, 노인들은 700만원가량의 일만 할 수 있다”며 “계약 기간 안에 처리해야 할 물량은 정해져 있기 때문에 잔업을 해야 하고, 노인들에게 잔업수당까지 줘야 하니 부담이 더 크다”고 했다.


외국인 근로자 문제가 심각해지자 정부는 대책 마련에 나섰다. 
법무부는 지난 9월 단순노무(E-9) 비자로 들어왔더라도 4년 이상 국내에 체류하고 한국어 능력이 좋으면 숙련기능인력(E-7-4) 비자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5년 이상 장기 체류하면서 일할 수 있는 외국인 근로자 한도도 연간 2000명에서 3만5000명으로 17배 이상 확대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외국인 근로자 인력난을 해결하기 위해 이들이 영주권까지 단계적으로 취득하게 유도할 것”이라고 했다.(231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