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줄의 斷想

[21947]원유와 흰 우유 가격 상승이 시장 전반에 영향을 끼치는 ‘도미노 효과’가 벌어질

ironcow6204 2023. 11. 14. 07:00

 

 

 

최근 원유(原乳) 가격 인상으로 흰 우유를 비롯해 각종 유제품 가격이 연쇄적으로 오르는 밀크플레이션(밀크+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부터 고(高)물가·고금리를 겪고 있는 서민들의 부담이 한층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우유 원유 가격 인상 여파로 이달부터 주요 기업들이 흰 우유 등 유제품 가격을 일제히 인상했다. 
우유가 들어가는 빵·아이스크림 등의 가격도 줄인상되는 ‘밀크플레이션’ 우려가 커진 가운데, 2일 서울 시내 대형 마트에서 커플이 우유를 고르고 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주요 유업체들은 이달 들어 흰 우유 한 팩(900mL~1L) 판매 가격을 일제히 3~6%가량 올렸다. 서울우유협동조합(서울우유)은 흰 우유 제품인 ‘나100%우유’(1L)의 출고가를 대형할인점 기준 3% 인상했다. 
남양유업은 흰 우유 제품인 맛있는우유GT(900mL) 출고가를 4.6% 인상했고, 빙그레는 오는 6일부터 흰 우유 제품인 굿모닝우유(900mL) 가격을 5.9% 올릴 예정이다. 
이에 따라 대형마트 기준 2800원대였던 우유 한 팩 가격은 2900원대 후반까지 상승했다. 
편의점의 우유 한 팩 가격은 소비자들의 심리적 저항선인 3000원을 이미 넘어선 상태다.


유업체들은 가공유나 발효유, 치즈 등의 유제품 가격은 흰 우유보다 더 많이(6~9%가량) 올렸다. 
유업계의 잇따른 가격 인상은 원유 가격이 오른 데 따른 것이다. 
지난 8월 낙농가와 유업계로 구성된 낙농진흥회는 원유 가격을 L당 88원(8.8%) 올리기로 결정한 바 있다. 
유업체들은 원유 가격이 크게 오른 데다 인건비, 에너지 비용, 부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인해 현재 수준의 가격 인상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원유와 흰 우유 가격 상승이 시장 전반에 영향을 끼치는 ‘도미노 효과’가 벌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빵·아이스크림·커피·치즈·버터 등 우유가 들어가는 여러 제품들의 가격까지 줄줄이 오르면서 소비자들의 주머니 사정이 갈수록 팍팍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지난해 하반기에도 원유값이 6~7%가량 오르자 아이스크림과 커피 가격이 단숨에 10% 안팎으로 오르는 밀크플레이션 현상이 빚어졌다. 
서울 강북구에서 대형 카페를 운영하는 박모(38)씨는 “매일 1L 우유를 40~50개씩 쓰는데 흰 우유 가격이 지금보다 더 오르면 버티기 어렵다”며 “임대료, 인건비, 공과금 인상까지 감안하면 우유가 들어가는 ‘라테’류 가격을 최소 300원 이상 올려야 하지만 매출 감소가 두려워 결정을 못 내리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우유 가격은 세계적으로도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2일 국가·도시 비교 통계 사이트 넘베오(Numbeo)에 따르면 서울의 우유 1L 가격은 평균 2.12달러(약 2873원)로 미국 뉴욕(1.35달러), 프랑스 파리(1.32달러), 영국 런던(1.61달러), 일본 도쿄(1.4달러) 등에 비해 30~60%가량 비싸다. 
우리나라에서는 정부가 우유를 산업 보호 차원에서 쌀처럼 매년 매입 가격을 올려주기 때문에 원유로 만든 우유, 유제품 가격이 떨어지지 않고 오르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한 유업체 관계자는 “흰 우유의 원유 비중이 80~90%를 넘기 때문에 원유값에 제품 가격이 연동될 수밖에 없다”며 “농가 입장에서는 정해진 양을 의무적으로 팔 수 있는 ‘원유 쿼터제’가 있어 생산비를 낮출 이유가 없으니 최종 소비자 가격은 계속 비싸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231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