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줄의 斷想
[21941]“살릴 수 있는데 병원이 없거나 멀어서 못 살리고 있는 게 지방의 현실”이라며
ironcow6204
2023. 11. 10. 09:56
지방 의료 공백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가장 심각한 곳은 농어촌이다. 군 복무 대신 의료 취약지에 배치되는 ‘공중보건의(公衆保健醫)’마저 매년 줄고 있다.
전남 보성군의 보건지소 10곳 중 7곳은 올해부터 공중보건의가 결원됐다.
득량 보건지소 의과 공중보건의는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24km떨어진 벌교 보건지소로 순회 진료를 가야 한다.
공중보건의 한 명이 1만3600여 명을 맡고 있는 것이다.
박보서 전남도 공공보건팀장은 “복무 기간이 반쯤 되는 현역(18개월)으로 가는 의사가 늘고, 의대의 여학생 비율도 높아져 이런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고 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으로 공중보건의가 배치되는 보건지소 1217곳 가운데 공보의가 없는 보건지소가 340곳에 달했다.
충북은 91곳 중 41곳, 무려 45%가 비었다. 전북도 147곳 중 53곳(36%), 경남도 163곳 중 48곳(29%)이 비어 있다.
지방 중소 도시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골프 강사 박영진(56·가명)씨는 작년 11월 전남 여수에서 회식 도중 뇌출혈로 쓰러져 4시간 만에 광주 전남대병원에 도착해 응급수술을 받았다.
뇌출혈 골든타임이 1시간 지난 뒤였다. 다행히 완쾌됐지만 박씨는 “곧바로 갔으면 1시간 30분 정도에 갔을 텐데, 뇌혈관 수술을 할 수 있는 큰 병원을 찾느라 시간을 허비했다. 하마터면 죽을 뻔했다”고 했다.
경북도 관계자는 “살릴 수 있는데 병원이 없거나 멀어서 못 살리고 있는 게 지방의 현실”이라며 “돈이 들더라도 의료만큼은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지방 의료 체계가 무너지면서 지방자치단체와 지방의회, 주민들, 지방 국립대 등 곳곳에서 국립 의과대학 설립 요구가 잇따르고 있다.
당장 의료 시스템을 복구하지 못하면, 의료 인력이라도 기르도록 해 달라는 요구다.
전국 의대 정원은 3058명으로 2006년 이후 17년 동안 묶여 있고, 1999년 이후 새로 생긴 의대는 한 곳도 없다.
‘전남도 의과대학 유치 대책위원회’를 꾸린 전남도의회는 지난 18일 국회 신동근 보건복지위원장을 만나 “전남 지역에도 국립 의대를 설립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들은 27일부터 추석 명절 기간 귀성객들에게 의대 유치 홍보전도 펼치기로 했다.
앞서 지난 10일 경북 안동에서는 주민과 단체장 2500여 명이 모여 ‘국립 의대 유치 범시민 궐기대회’를 열었다.
권기창 안동시장은 “경북은 의사 수도, 공공 병원 설치율도 전국 평균 이하인 의료 취약지”라며 “의료 불균형은 권역별 거점 국립 의대 설립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 4일 김영록 전남지사와 이철우 경북지사는 국회에서 국립 의대 설립을 촉구하는 대정부 공동 건의문을 발표했다.
두 지사는 공동 건의문에서 “450만 전남·경북도민의 생명권과 건강권은 지방에 산다는 이유로 차별받아서는 안 될 헌법상의 권리”라며 “기존 의대 정원을 늘리고 전남과 경북에 국립 의대를 설립해 근본적 의료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남·경북지사 공동 건의문 - 김영록(왼쪽) 전남도지사와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지난 4일 국회소통관에서 "의료 최대 취약지인 전남과 경북에 국립 의대를 설립해 달라"고 정부를 향해 공동 건의문을 발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