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줄의 斷想
[21924]일부 정치인의 갑질과 ‘황제 의전’이 논란이 되고 청탁금지법이 시행되면서 재외공관의 과잉
ironcow6204
2023. 10. 26. 11:14
반(反)국가 단체인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가 주최한 행사에, 개인 자격으로 참석한 무소속 윤미향 의원에게 주일 한국 대사관이 대사관 차량을 제공한 것을 계기로 국회의원 해외 방문 때 ‘과잉 의전’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
주일 대사관은 외교부에서 국회사무처의 협조 공문을 전달받고 도쿄 하네다공항에 직원을 보내 윤 의원의 입국 수속을 처리해 주고 공항에서 도쿄역 인근 호텔까지 차량을 제공했다.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가 논란이 된 이후 일부 야당 의원이 항의 시위를 목적으로 일본에 갔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한 외교관은 “하네다공항에서 모노레일, 지하철 등을 이용하면 도쿄 시내까지 30분이 안 걸리고 비용도 한국 돈 6000원 정도밖에 안 드는데 의원들이 무조건 대사관 차량을 요청한다”며 “국회 차원에서 요청이 온 것이니 외교부가 이를 가려 받을 수 있는 처지는 아니다”라고 했다.
유럽의 한 대사관은 올해 들어 ‘한국 손님’맞이에 분주해졌다고 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유럽으로 가는 최단 항로가 막히자 주재국이 ‘환승 허브’로 떠올랐는데, 유럽·아프리카로 가는 여야 국회의원과 장관 등 정부 고위급들의 방문이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한 외교관은 “현지 인사를 만나거나 주재국 관련 현안을 논의하는 것도 아니고 단지 짧은 시간을 공항에 머물 뿐인데도 이른바 ‘환승 의전’을 바라는 정치인이 많은 것이 사실”이라고 했다.
이 경우 외교관들은 주재국의 허락을 받아 공항 안으로 들어가, 환승하는 정치인들을 안내한다.
우리 정부가 엑스포 유치전에 뛰어든 이후 ‘지지 교섭’을 목적으로 한 의원들의 해외 출장이 눈에 띄게 늘었다.
그런데 통상 5인 미만이 상주하는 아프리카·중남미의 ‘초미니 공관’들은 한국 의원단 방문 주간엔 이를 전후해 약 2~3주 동안 업무가 마비된다고 한다.
공적인 활동뿐 아니라 주재국 인프라가 열악한 만큼 업무 시간 외에도 대사관의 조력을 필요로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외교 소식통은 “일부 의원은 기념품 구입이나 관광지 방문 같은 개인 일정을 소화하면서 통역을 위해 대사관 직원을 대동시키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지난해 한 중남미국 공관에선 정부 고위급 인사가 음식·일정 등을 문제 삼으며 대사관 관계자들에게 불호령을 내려 외교부 안팎에서 ‘갑질’ 논란이 일기도 했다.
<본회의 참석한 윤미향과 김남국 - 무소속 윤미향(맨 왼쪽) 의원이 5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윤 의원 옆으론 무소속 김남국(가운데) 의원과 진보당 강성희 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