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후 전북 진안군 백운면 백운파출소. 경찰관들이 112 신고가 들어오자 출동 준비에 나섰다. 긴급 출동한 순찰팀 2명은 모두 50세 이상이었다. 이 파출소에 근무하는 경찰관 5명의 평균연령은 57.2세이고, 막내 경찰관은 53세다. 이들이 관할하는 순찰 구역은 여의도 면적의 약 19배(86.08㎢)다. 백운파출소 박태순 소장은 “주로 치매 어르신 구조 신고가 많이 들어오는데, 간혹 음주 운전 신고 등도 접수돼 출동한다”며 “최근 파출소에만 있지 말고 순찰을 자주 나가라는 지시를 받았는데, 인원이 아무래도 부족하다 보니 순찰이 쉽지 않다”고 했다.
같은 시각 서울 종로구 삼청 파출소에선 53세, 47세 경위가 순찰을 마치고 복귀했다. 이날 주간 근무 팀 3명의 평균연령은 51.7세였다. 파출소 관계자는 “팀원이 휴가·출장 등으로 자리를 비우면 이를 메우는 게 버거울 때가 종종 있다”고 했다.
국민의 일상 치안을 책임지는 지구대·파출소가 고령화되고 있다. 경찰청이 국민의힘 조은희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7월 말 기준으로 근무 인원 평균연령이 50세 이상인 지구대·파출소는 전국 2043곳 중 431곳(21.1%)이었다. 서울의 지구대·파출소 243곳에 근무하는 1만296명 중 50대 이상이 30%가량이었다.
지방의 상황은 더욱 심각했다. 전북의 지구대·파출소 162곳 경찰관 2151명 중 50대 이상은 절반이 넘는 57.8%였다. 전남 지구대·파출소 경찰 2289명 중 54.9%가 50대 이상이었다. 경북(53.3%), 강원(44.6%), 광주(43.6%) 등도 50대 이상 비율이 수도권보다 10~20%가량 높았다. 평균연령이 높은 전국 파출소 10곳을 보면, 전북(7곳)이 가장 많고, 뒤이어 전남(2곳), 제주(1곳)다. 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전북 지역 지구대·파출소 평균연령은 47세였다.
충남 지역은 지난 2016년 41세였던 평균연령이 43세로 높아졌다.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에서 전반적으로 평균연령이 높아지고 있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수도권 외 지역은 20~30대 인력 충원이 상대적으로 늦게 되는 것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경찰 내부에서는 지구대·파출소 인력 고령화에 대한 우려가 나왔다. 서울의 한 지구대 경감은 “치안 최전선을 담당하고 있는 지구대 파출소에서 50대 경찰은 경험이 풍부하다는 장점이 분명히 있다”면서도 “다만 젊은 경찰에 비해 체력이 부족해 잦은 야근에 지칠 때가 적지 않다”고 했다. 정년퇴직을 2년 앞둔 한 파출소 팀장은 “한 달 전 주취자 신고를 받고 나갔는데 잠깐 한눈판 사이 범인을 놓친 적이 있다”며 “수십년간 경험을 쌓았지만 20대 젊은 순경에 비해 체력이 부족한 건 어쩔 수 없는 사실”이라고 했다.
의무경찰 제도 폐지로 신임 경찰관들이 기동대로 대거 차출되면서 지구대·파출소 젊은 인력 충원은 그만큼 더뎌지고 있다. 일반 공채 출신 신임 경찰관들은 초기 1~2년간 기동대에서 의무 복무를 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인력의 효율적 배분으로 지구대·파출소 고령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했다. 김영식 서원대 경찰학부 교수는 “경찰의 현재 인력 배치는 경찰 조직의 대응 역량을 높이기보다는, 관행적으로 조직 구성원들의 선호를 반영하는 데 치중한 측면이 있다”며 “구성원들의 의사보다는 신체적 역량, 나이 등 객관적 기준이 마련돼 치안 수요에 맞게 인력을 배치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사법대학 교수는 “지금은 지방청, 서 단위로 일괄적으로 인력을 배치하는데, 지구대·파출소마다 필요한 근무 인원의 성격이 다를 수 있다”며 “과학적·객관적인 인력 배치 전략이 필요하다”고 했다. 국민의힘 조은희 의원은 “50대 이상 경찰관들의 경험과 노하우는 범죄 대응에 큰 도움이 되지만, 현장 초동 대응이 중요하다”며 “최근 흉악 범죄가 많아지고 일선 현장 치안이 더 중요해진 만큼, 효율적인 치안 인력 재배치가 시급하다”고 했다.(2309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