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줄의 斷想
[21916]‘경찰 인재 양성’이라는 경찰대 설립 취지가 퇴색되면서 수년째 논의를 끌어온
ironcow6204
2023. 10. 20. 13:55
의무 복무(6년)를 채우지 않고 중도에 사표를 낸 경찰대학 졸업생 수가 경찰대 개설 이후 최대치를 기록한 것으로 4일 나타났다.
이들 중 상당수는 로스쿨에 진학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 인재 양성’이라는 경찰대 설립 취지가 퇴색되면서 수년째 논의를 끌어온 경찰대 폐지 논의가 다시 불붙을 전망이다.
경찰청이 이날 국민의힘 정우택 의원실에 제출한 ‘경찰대 졸업생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 1~8월 의무 복무를 이행하지 않고 경찰을 떠난 경찰대 졸업생은 31명으로 집계됐다.
올해 남은 기간을 감안하면 조기 퇴직자 수는 더 늘어날 수 있다.
경찰대 출신 조기 퇴직자는 최근 급증했다. 지난 2019년에 8명이었던 퇴직자는 작년엔 신입생 정원(50명)의 과반 수준인 24명이었다.
<지난 3월 16일 오후 충남 아산시 신창면 경찰대학교에서 열린 2023년 신임경찰 경위·경감 임용식에서 한덕수 국무총리와 임용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경찰은 조기 퇴직자들의 진로를 별도로 조사하고 있지 않지만, 대부분 로스쿨 진학을 선택하는 것으로 보인다.
각 대학이 국민의힘 이태규 의원실에 제출한 ‘2023학년도 법학전문대학원 입시 현황’에 따르면, 전국 25개 로스쿨에 경찰대 출신 합격자는 87명이었다. 작년 72명보다 15명이 늘었다.
경찰대의 신입생 정원은 50명뿐이지만, 로스쿨 합격자 출신 대학 중 경찰대의 순위는 7위였다.
경찰청 관계자는 “신입생 정원의 5분의 3가량이 일선 현장 업무를 제대로 경험해보지도 않고 떠난 셈”이라며 “경찰대가 ‘로스쿨 인재 양성소’로 전락했다”고 했다.
경찰대생의 이탈은 경찰대가 세금으로 운용되기 때문에 더욱 문제가 크다.
경찰대생 한 명이 졸업하기까지는 학비, 기숙사비, 식비 등 7197만원가량의 세금이 투입된다.
조기 퇴직자들은 경찰대학 설치법에 따라 남은 의무 복무 개월 수만큼 돈을 상환해야 한다.
최근 5년간 의무 복무 기간에 그만둔 졸업생은 총 93명이다.
이 중 학비를 모두 상환한 졸업생은 52명이며, 나머지 41명은 분할 납부 중이다.
이건수 백석대 경찰학부 교수는 “경찰대가 ‘로스쿨 사관학교’로 전락하고, 한편으로는 경찰대 출신끼리 조직화·담합화되다 보니 경찰 내부에서 비경찰대 출신들이 느끼는 피해 의식이 상당하다”며 “경찰대가 이대로 존치되면 폐쇄적인 조직 문화는 바뀌기 어렵다”고 했다.
경찰대를 졸업하면 별도의 심사 없이 경위로 임용된다.
이러한 특혜에도 경찰대 졸업생의 중도 이탈이 가속화되는 건 경찰의 인력 관리 실패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김민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조기 퇴직자들이 학비를 상환했더라도, 경찰 전문 인력들을 양성하기 위해 투입된 각종 인적, 물적 자원으로 되돌릴 수 없는 국가적 손실이 초래된다”고 했다.
한 경찰대 재학생은 “수십 대 일의 경쟁률을 뚫고 선발된 경찰대 선배들이 임용한 지 6년도 채 안 돼 로스쿨에 합격했다는 소식을 들을 때마다 허탈감을 넘어 과연 경찰에 미래가 있는 건지 불안하다”고 했다.
<지난 3월 2일 오후 충남 아산시 경찰대학에서 열린 2023년도 경찰대학 제43기 신입생과 제1회 편입생, 제72기 경위공채 합동 입학식에서 신입생들이 경례하고 있다.
1979년 개교이래 처음으로 편입생을 받은 경찰대는 이번 합동 입학식에 신입생과 편입생, 경위공채 각각 50명씩 총 150명이 입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