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줄의 斷想

[21826]학교 편의를 위해 지나치게 꼬인 문제를 내는 것은 사교육 시장만 키운다

ironcow6204 2023. 8. 10. 10:28

 

 

 

교육부가 대입 수시 논술과 고교 내신 시험에서 ‘킬러 문항’을 없애기로 한 것은 논술 학원과 내신 대비반도 사교육비 폭증의 원인으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대학별 논술 시험과 고교별 내신 시험에서도 공교육 과정 내에선 풀 수 없는 문제들이 출제돼 학생들을 사교육 시장으로 내몰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교육부는 또 수능 출제위원들이 사교육 시장에서 영리 활동을 하는 것도 일정 기간 금지할 계획이다.



교육부는 올해부터 대학별 수시에서 논·구술 문제가 ‘킬러 문항’인지 더 엄격히 평가한다. 
‘킬러 논술’을 출제한 대학은 명단을 공개하고 재발 방지 계획서를 제출하도록 한다. 
그런데도 다시 ‘킬러 논술’을 낸 대학의 경우 신입생 정원을 이듬해 최대 10%까지 감축하는 등 제재 조치를 적극적으로 할 방침이다.

 

 




논술은 2023학년도 기준 서울 시내 대학과 지방 거점 국립대 등 44곳이 약 1만1200명을 선발한 전형이다.(종로학원) 경쟁률은 약 40대1이었다. 
국어·영어·수학·과학 등 다양한 지문을 읽고 답을 서술하는 형식이다. 구술 면접은 일부 상위권 대학이 수시에서 채택하고 있다.


문제는 너무 어렵다는 점이다. 대학 교과 수준이 많고 수능 ‘킬러 문항’보다 더 어려울 때도 있다. 
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지난해 “서울 15개 대학의 2023학년도 자연계열 논·구술 문제를 분석했더니, 185개 문항 중 66개(35.7%)가 고교 교육 과정을 벗어났다”고 밝혔다. 
서울의 유명 대학은 수학 관련 논술에서 대학 교재를 발췌해 고교에서 배우지 않는 개념을 출제하기도 했다. 
경기도의 한 고교 교사는 “논술은 문제 유형이 대학별로 다르고 고교 수준을 넘는 문제가 많아 학생들이 학원으로 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했다.

 

 

<21일 오후 경기 수원시 한 고등학교에서 3학년 학생들이 자습을 하고 있다. 
교육부는 26일 초고난도 문항을 수능에서 배제하는 내용 등을 담은 ‘사교육 경감 대책’을 발표했다>

 


고교 내신 시험에서도 ‘킬러 문항’이 자주 나와 학생들을 괴롭히고 있다. 
학생들은 “중간·기말시험마다 학교 수업에서 안 배운 문제가 자주 나온다”며 “혼자 공부하기 어려우니 과목별 내신 대비 학원에 가는 것”이라고 했다. 
강남 학원가 등은 학교별, 과목별 내신 대비반을 운영하고 있다. 
한 학부모는 “주요 과목만 내신 대비반을 다녀도 월 150만원을 써야 한다”고 했다.


일선 학교는 현행 내신 9등급 상대 평가에선 만점자가 속출하면 1개만 틀려도 2~3등급으로 내려가기 때문에 변별력을 위해 ‘킬러 문항’을 내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교육부 관계자는 “수업 시간에 가르친 내용으로도 변별력을 줄 수 있을 것”이라며 “학교 편의를 위해 지나치게 꼬인 문제를 내는 것은 사교육 시장만 키운다”고 했다.


수능 출제 위원이 사교육 업계와 ‘이권 카르텔’을 구축하는 고리도 끊어야 한다. 
현재 수능 출제 위원들은 경력을 노출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쓴다. 
교육부는 여기에 출제 위원들이 일정 기간 수능 관련 강의나 문제집 집필 등 영리 행위를 금지하는 조항을 넣기로 했다. 
필요하다면 법적 근거도 만든다. 
그동안 수능 출제 경력을 대놓고 선전하며 문제집 장사 등을 해온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수능 출제 단계에서 현장 교사들이 참여하는 ‘공정 수능 출제 점검위원회’도 만든다. 
일선 교사들이 “학교 수업으로는 풀 수 없는 문제” 등을 평가하게 한다는 것이다.(2306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