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줄의 斷想
[21805]1일 코로나 위기 경보 수준을 ‘심각’에서 ‘경계’로 낮추면서 서울역 검사소를 비롯한
ironcow6204
2023. 7. 14. 09:36
“코로나 초기에 검사받은 서울역 노숙인분들이 휴대전화가 없어 검사 결과 통보가 힘들었어요.
서울시에서 임대 휴대전화를 만들어주며 일일이 통보하고 격리 조치까지 진행했습니다. 그것도 이제 다 추억이 됐네요.”
지난달 31일 서울 중구 서울역 1번 출구 인근 코로나 임시선별검사소.
노란색 민방위복 상의를 입은 윤영덕(46) 중구 보건소장이 검사소를 바라보며 이렇게 말했다.
검사소 앞에는 ‘건강한 서울시 대한민국을 기원합니다. 서울역 임시선별검사소와 함께해 주신 시민분들 감사합니다’라고 적힌 현수막이 내걸려 있었다.
임시선별검사소는 코로나 의심 증상이나 유증상자면 누구나 무료로 코로나 검사를 받을 수 있는 곳이었다.
코로나가 유행일 땐 전국에 218곳까지 세워졌었다.
이후 검사소 수가 줄어들었고, 정부가 1일 코로나 위기 경보 수준을 ‘심각’에서 ‘경계’로 낮추면서 서울역 검사소를 비롯한 마지막 7곳이 모두 철거됐다.
<코로나19 위기 경보 단계가 '심각'에서 '경계'로 하향 조정된 1일 오전 대전시 서구 둔산동 대전시청 남문광장에 있던 임시 선별검사소가 철거되고 있다>
윤 소장이 일했던 서울역 검사소는 코로나 3차 대유행 직후인 2020년 12월 14일 전국 최초로 세워졌다.
코로나 유행이 잠시 잦아들었던 2022년 7월 잠시 운영을 중단한 걸 제외하곤 875일 동안 주말·공휴일 없이 코로나 검사를 했다.
이곳에서 진행된 코로나 검사만 총 57만864건, 거쳐 간 의료진은 192명이었다.
운영 마지막 날이었던 지난달 31일 검사소를 찾는 시민들은 드물었다.
파란색 머리망과 검진복을 입은 관리 담당 직원 2명, 검체채취실 안에서는 의료진 2명만 마스크를 낀 채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이날 오후 1시부터 7시까지 24명의 시민이 코로나 검사를 받았다.
서울역 임시선별검사소 현장 팀장인 홍모씨는 “작년 1월 1일부터 1년 6개월간 이곳에서 일했다”며 “확진자 수가 많은 날은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꼬박 일했다”고 했다.
서울역 1번 출구부터 도로 건너편까지 160m 넘게 줄이 늘어서기도 했다고 한다.
홍씨는 “줄이 줄어들지 않아 머릿속이 하얘질 때가 잦았다”며 “그럼에도 안내를 잘 따라줬던 시민들에게 감사할 뿐”이라고 했다.
그는 “일상을 찾는 것 같아 후련한 마음”이라고 했다.
중구 보건소의 선별진료소 총괄팀장인 명수영(54)씨도 2020년 12월 개소 때부터 이곳과 시청역 선별진료소 등을 지켜왔다.
명씨는 “개소 직후에는 하루에 200~300명 가까운 시민들이 몰려들어 보건소 의료진 15명 정도로는 턱없이 부족했다”며 “하루는 서울 지역 병원에서 간호사 6명이 현장 지원을 왔는데 정말 날개를 단 ‘백의의 천사’로 보였다”고 했다.
보건소 직원들은 2년 4개월간 검사소를 운영하면서 서로를 ‘공대생’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한여름 비바람이 불어 검사소 텐트 한쪽이 무너지면, 직원들이 직접 사다리를 가져가 복구했다.
빗물이 새는 부분도 천을 덧대 손수 고쳤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