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줄의 斷想
[21749]봄철 꽃가루 알레르기라고 하면 화려한 봄꽃들이 유발하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ironcow6204
2023. 6. 3. 15:10
서울 마포구에 사는 최모(39)씨는 이맘때마다 코가 간질간질하고 재채기가 끊이지 않는다.
콧물이 줄줄 흐르고 눈꺼풀이 부어오른다. 꽃가루 때문이다.
최씨는 “봄만 되면 되풀이되는 고통”이라고 했다.
“올해는 중국발(發) 황사가 겹쳐 눈까지 따갑다”고 호소했다.
중국에서 황사는 봄철(3~5월)에 70% 이상 발생하는데 특히 4월에 가장 빈번하다.
<'꽃가루 주의보' - 올 들어 예년보다 기온이 빨리 상승하면서 꽃가루 날리는 시기도 예년보다 빨라졌다.
17~19일 비가 그치거나 내리지 않는 지역에선 꽃가루가 많이 날리겠다.
사진은 2021년 4월 여의도 샛강 산책로 옆 풀밭에 버드나무와 수양버들에서 날아온 솜털 달린 씨앗이 쌓여 있는 모습>
서울 낮 기온이 오르던 지난 4일 꽃가루 날림 정도를 측정하는 국립기상과학원이 수도권에서 올 들어 처음으로 참나무 꽃가루인 ‘참나무 비산(飛散)’ 5개를 관측했다.
작년보다 일주일 정도 빨라졌다. 5일엔 참나무 꽃가루가 442개로 급증했다. 꽃가루 알레르기 발병에도 경고등이 켜진 것이다.
기상청은 매년 국립기상과학원의 관측과 꽃가루 농도에 영향을 주는 기온·풍속·강수량 등을 종합해 알레르기 발생 정도를 나타내는 지수인 ‘꽃가루 농도 위험지수’를 발표한다.
4~6월엔 참나무·소나무 등 수목(樹木), 8~10월엔 돼지풀·쑥 등 잡초(雜草)에서 날리는 꽃가루 농도를 예상해 ‘낮음’부터 ‘매우 높음’까지 4단계로 예보한다.
봄철 꽃가루 알레르기라고 하면 화려한 봄꽃들이 유발하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런데 벚꽃이나 개나리처럼 곤충이 꽃가루를 전달하는 ‘충매화(蟲媒花)’는 알레르기를 거의 일으키지 않는다.
주범은 참나무·소나무처럼 바람을 타고 짝을 맺는 ‘풍매화(風媒花)’다.
그중 참나무는 우리나라 전역에 고르게 분포하고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성질(항원성)도 매우 강하다.
그래서 기상청이 ‘꽃가루 위험 지수’를 발표할 때 기준으로 삼는다.
우리나라에서 소나무, 참나무 다음으로 흔한 물오리나무도 꽃가루를 많이 내뿜는다.
적응력이 뛰어나 일조량이 충분하지 않은 곳에서도 잘 자란다.
소나무 꽃가루는 양은 가장 많지만 알레르기를 잘 일으키진 않는다.
권혁수 서울아산병원 알레르기내과 교수는 “우리나라가 6·25 직후엔 나무가 많이 없어서 꽃가루 알레르기가 덜했는데 1970년대 이후 나무가 많아지면서 꽃가루 알레르기도 더 심해졌다”고 했다.
<신갈나무 열매와 잎. 참나무과 식물로 수꽃.>
최근 서울 중구의 한 안과에서 만난 직장인 유모(47)씨는 “눈이 충혈되고 가렵다”며 “예전엔 4월쯤 증상이 나타났는데 요즘은 3월 말부터 이래서 죽을 맛”이라고 했다.
국내 알레르기성 결막염 환자는 2020년 기준 177만4027명이다.
특히 4월을 전후해 급증한다. 안과 외래환자 대부분이 알레르기 환자일 정도다.
<졸참나무 수꽃>
꽃가루 알레르기 증세가 한번 나타나면 매년 반복하는 경우가 많다.
각자가 견디는 꽃가루 수준을 ‘10′이라고 할 때 8~9까지는 아무 문제가 없지만, 한 번이라도 10을 넘겨 면역 시스템이 반응하면 이후엔 소량의 꽃가루가 들어와도 면역 시스템이 자동으로 반응하기 때문이다.
<굴참나무 수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