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줄의 斷想

[21721]정부가 쌀 과잉 생산 문제를 해결하고, 밀을 대체하기 위해 개발한 ‘가루쌀’

ironcow6204 2023. 5. 15. 11:23

 

 

 

22일 충남 당진에 위치한 제분공장 사조동아원에 들어서자 제분 기계가 큰 소음을 내며 돌아가고 있었다. 
평소였다면 밀이 들어 있어야 할 제분 기계에 쌀이 그득했다. 시간당 1.5t의 쌀이 갈리고 있었다.


정부가 쌀 과잉 생산 문제를 해결하고, 밀을 대체하기 위해 개발한 ‘가루쌀’이었다. 
쌀가루 전용으로 개발한 신품종 쌀이다. 
최용석 사조동아원 생산본부장은 “가루쌀은 기존 밀 제분 생산 라인에서 제분할 수 있는 점이 획기적”이라고 말했다. 
가루쌀을 분쇄해 부서진 입자를 크기별로 분류하고, 체로 치는 과정이 이어졌다. 밀가루를 만드는 과정과 같았다.

 

 

<22일 충남 당진 사조동아원 제분 공장에서 신품종 가루쌀을 제분한 결과물. 
가루쌀은 쌀을 물에 불리지 않는 건식 제분이 가능해 가공 비용이 대폭 절감된다>

 


국민 1인당 쌀 소비량은 작년 57kg로 10년 전인 2012년(70kg)보다 10kg 넘게 줄었다.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1985년(128kg)부터 38년간 매년 줄고 있다.


반면, 작년 쌀 생산은 376만4000t으로 10년 전(400만6000t)보다 6%(24만2000t) 감소하는 데 그쳤다. 
소비 감소보다 생산 감소 속도가 한참 더뎌 과잉 생산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정부는 밥 대신 빵이나 면으로 끼니를 때우는 사람이 늘자 가공에 적합한 쌀 품종을 개발하고, 재배를 장려하고 있다. 
가루쌀을 재배하면 1헥타르당 100만원, 밀이나 목초 등 조사료까지 함께 심으면 최대 250만원을 지원하는 ‘전략작물직불제’도 지난 1월부터 본격 시행 중이다.

 

 

<22일 충남 당진 사조동아원 제분 공장에서 신품종인 '가루쌀'을 기존 밀 제분 라인을 활용해 제분하고 있다>

 

정부는 내년부터 가루쌀 상용화가 본격화될 것으로 기대한다. 
2027년까지 가루쌀 생산량을 20만t으로 늘려 연간 밀가루 수요 10%를 대체한다는 계획이다.


제분·가공 업계는 ‘건식 제분’을 통한 비용 절감에 주목한다. 
기존 밥쌀은 치밀한 전분 구조 때문에 물에 불려서 가공해야 했다. 
쌀뜨물 등 폐기 비용을 포함해 가공 비용이 만만치 않게 들었다.

 

 




반면, 가루쌀은 물에 불리는 작업 없이 곧바로 건식 제분이 가능하다. 별도 제분 생산 라인을 만들 필요가 없는 것이다. 
커피 프랜차이즈 스타벅스에 100% 가루쌀로 만든 카스텔라(우리미 카스텔라)를 납품하는 전대경 미듬영농조합 대표는 “기존 쌀은 제분 및 가공 비용이 1㎏당 1200원이었는데, 가루쌀로 바꾸고 비용이 800원 선으로 30%가량 절감됐다”고 했다.


안유영 농식품부 가루쌀산업육성반 과장은 “소형 쌀 제분기가 아닌 사조동아원처럼 대형 밀 제분기를 활용하면 가공 비용이 1kg당 80~150원 선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했다. 
습식 쌀을 쓸 때보다 최대 90% 정도 가공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셈이다.

 

 




22일 농식품부는 올해 ‘가루쌀 제품 개발 지원 사업’ 선정 식품업체 15곳과 제품 19개를 발표했다. 
이날부터 3일간 충남 당진 사조동아원 공장에서 제분한 가루쌀 30여t과 제분하지 않은 원곡 등 총 45t이 15개 식품업체로 뿌려질 예정이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이번 사업 공모에는 77개 업체가 참여해 7.2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정부가 1개 제품당 최대 2억원까지, 원료 구매부터 연구·생산·판매·소비자 평가까지 전 과정을 지원한다. 
농심·삼양식품·SPC삼립·풀무원·해태제과 등 굵직한 식품 대기업이 참여한다. 
성심당, ‘군산 이성당’ 빵집으로 유명한 대두식품 등도 가루쌀빵 개발에 나선다.


삼양식품은 작년에 출시한 ‘짜장라면’에 가루쌀을 첨가해 ‘글루텐프리(gluten-free)’ 제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밀가루와 달리 쌀가루는 글루텐이 없어 소화가 잘된다. 
해태제과는 초코과자 ‘오예스’에 가루쌀을 첨가해 프리미엄 상품을 출시하기로 했다.


기업 입장에서는 쌀이 주는 건강한 이미지도 이점이다. 
김태철 스타벅스코리아 푸드팀 파트장은 “스타벅스에 아이를 데려온 엄마·아빠들이 아이들 간식으로 주로 구매하는 제품이 라이스칩(쌀과자)”이라며 “소비자들이 밀가루보다 쌀을 건강식으로 여긴다”고 했다.


농식품부는 제품 개발 사업 외에 가루쌀 연구개발 사업도 추진한다. 
신세계푸드 등이 ‘저당 쌀가루 이용 기술’을 개발하고, CJ제일제당 등이 ‘쌀가루 노화 지연 소재’를 개발할 계획이다. 
전한영 농식품부 식량정책관은 “이번 지원 사업이 가루쌀 산업 활성화의 마중물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2303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