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줄의 斷想
[21669]배달료는 천정부지로 올랐는데 정작 배달 관련 기업들은 적자를 보거나 손해를
ironcow6204
2023. 4. 7. 20:56
인천 부평에서 4년째 피자집을 하는 박모(39)씨는 “배달 주문이 들어왔음을 알리는 ‘띵동’ 소리를 들어도 반갑지가 않다”고 말했다.
‘배달의 민족’ ‘쿠팡이츠’ 같은 배달앱과 ‘부릉’ ‘바로고’ 같은 전문 배달 업체에 내는 수수료가 몇 년 새 크게 뛰면서 배달 주문이 늘어도 남는 게 없거나 심지어 손해를 보는 경우까지 생기기 때문이다.
인기 메뉴인 2만3000원짜리 치즈 피자를 팔아도 사장 박씨가 가져가는 순수익은 2190원에 그친다.
피자값 2만3000원 중 1360원은 배달앱 중개 수수료, 4500원은 음식 배달을 해주는 배달 업체 몫의 배달료다.
여기에 매월 정기적으로 내는 배달 업체 회원비 15만원, 배달앱 광고비 40여 만원 같은 고정비용을 나눠서 반영한 금액이 1970원이다.
피자 한 판을 파는 데 드는 배달 관련 비용만 7000~8000원에 이른다.
박씨는 “각종 배달 비용을 제하고 나면 순수익은 매출의 10%가 안 된다”면서 “피자 값의 15%는 남겨야 장사가 겨우 유지되는데 지금 같아서는 언제까지 장사를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최근 수년간 큰 폭으로 오른 배달료에 음식을 주문하는 소비자뿐만 아니라 영세 자영업자도 고통스러운 시대가 됐다.
소비자는 배달비로만 수천원을 내고 치킨이나 자장면을 주문해야 하고, 식당 업주들은 음식 값의 30~40%를 배달앱 중개 수수료와 배달료로 내야 한다.
각 식당들이 배달업체에 내는 배달료의 경우 지난 2년간 33~50% 인상됐다.
특히 음식 한 건만 배달하는 단건 배달은 배달료가 최소 6000원으로 식사 한 끼 값에 버금간다.
이렇게 오른 배달료는 결국 소비자들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어 소비자가 부담하는 배달비는 더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도 배달앱과 배달 업체들은 대부분 적자의 늪에서 허덕이고 있다.
‘배달 공화국’이 누구도 행복하지 않은 이상한 배달의 나라가 된 것이다.
현재 음식 배달 시장은 소비자의 주문을 접수하는 배달의민족·쿠팡 같은 배달앱, 부릉·바로고 같은 전문 배달 업체, 최종 배달을 맡는 라이더(배달 기사)로 구성돼 있다.
배달앱의 경우 자체 라이더를 두고 단건 배달 서비스를 직접 운용하고, 배달 업체는 식당 업주들이 지정해 거래를 한다.
배달료가 급증한 것은 코로나로 인해 배달 시장이 급팽창하면서 라이더 확보 전쟁이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라이더들의 몸값이 뛰면서 배달앱과 배달 업체는 식당들로부터 받는 중개 수수료와 배달료를 올리고, 비용 지출이 커진 식당들은 다시 소비자에게 이를 전가하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서울의 한 대학가에서 배달 라이더들이 음식을 배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