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줄의 斷想
[21655]삶에서 매우 큰 비중이었던 직장이 사라진 뒤 중년 남성들은 정체성이 흔들리는 경험을
ironcow6204
2023. 3. 25. 10:30
한 외국계 기업에서 영업직으로 일했던 이윤섭(53)씨는 지난 2020년 명예퇴직을 했다.
다소 이른 나이에 직장을 그만두는 바람에 중소기업에 재취업했는데, 11개월 후 퇴직금도 받지 못하고 권고 사직 대상이 됐다.
이씨는 “생애 가장 큰 좌절이었다”며 “이 나이에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두려웠다”고 했다.
그를 도운 것은 경기도 ‘신중년 일자리센터’의 한 프로그램이었다.
중년 남성을 대상으로 운영하는 에어컨 수리 관련 교육을 받았는데, ‘기술이나 배우자’는 마음으로 갔던 곳에서 비슷한 처지의 또래 수강생들에게 큰 위로를 받았다고 했다.
그는 “가족들 앞에서 고개를 못 들 정도로 괴로웠는데, 나만 그런 게 아니라는 걸 깨닫고 고비를 넘겼다”고 했다.
그는 최근 이들과 에어컨 수리 협동조합을 만들어 새 출발 채비도 하는 중이다.
전국 곳곳의 지자체가 이씨 같은 퇴직 50~60대 중·장년 남성들을 응원하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내놓고 있다.
단순한 여가(餘暇) 생활 지원이 아니다.
이들의 기를 살리는 게 건전한 공동체를 구성하는 시작이라고 보고 접근 중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우울증이나 불안장애로 치료받은 적이 있는 50~60대 남성은 2017년 전국 약 16만6578명에서 2021년 19만2636명으로 16% 늘었다.
사별·이혼 등으로 홀로 사는 중·장년 남성도 같은 기간 85만5290명에서 115만8164명까지 증가했다.
지자체들은 이들의 고립·고독·우울이 가정 안팎에 대한 폭력적 성향이나 극단 선택, 도박 등의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대응책을 찾는 중이다.
<지난달 19일 오전 10시 서울 노원구 50플러스센터에서 열린 ‘중년 남성 요리교실’에서 고성규(60)씨가 닭볶음탕을 만들고 있다.
고씨는 지난달 초 공기업에서 퇴직했다. 그는 요즘 난생처음 요리를 배우며 가사를 경험하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