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줄의 斷想

[21651]외국인의 잦은 이직 요구를 경영상 애로 사항으로 꼽는 중소기업들이 갈수록 늘고

ironcow6204 2023. 3. 24. 10:37

 

 

 

지난해 8월 수원의 박스 제조 업체 삼일기업에 우즈베키스탄 국적 근로자 2명이 들어왔다. 
하지만 이 중 1명은 불과 한 달 만에, 나머지 1명은 반년도 채 안 돼 지난달 13일 퇴사했다. 
이 회사는 외국인에게 월 220만원을 주는데 이들은 오자마자 250만원을 요구했다고 한다. 
회사 관계자는 “당장은 인상이 어렵다고 하자 수시로 결근하거나 작업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며 “그걸 지적하면 숙소로 돌아가버리기도 했다”고 전했다. 
박재경 대표는 “일주일 근무시간의 절반도 못 채울 지경이라 결국 계약을 해지할 수밖에 없었다”며 “직원 20명이 채 안 되는 작은 회사에서 2명이 빠져버리니 타격이 크다”고 했다.


경기도 포천의 섬유 염색 업체 대표 장모씨도 지난해 11월 베트남 국적 근로자 2명을 받았지만, 이 중 한 명이 출근 사흘 만에 “일이 너무 힘들다”며 근로계약 해지를 요구하기 시작했다. 
장씨는 근로계약 해지를 거부했지만, 이 베트남 근로자는 결국 출근 닷새 만에 일방적으로 회사를 떠나버렸다.

 

 



정부는 코로나로 외국인 근로자 입국이 제한되면서 어려움을 겪었던 중소기업이나 농·축산업 현장에 올해부터 외국인 근로자를 대폭 늘리기로 했다. 
정부는 이를 위해 지난해 8만4000여 명 수준이었던 E-9 비자(비전문취업) 외국인 근로자를 올해는 역대 최대인 11만명까지 늘릴 계획이다. 
하지만 중소 제조 업체에 입사한 외국인 근로자들이 근무 환경이나 급여를 이유로 근로계약 해지를 요구하며 태업을 하거나, 일방적으로 회사를 떠나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이 갈수록 늘고 있다.


외국인을 고용하는 기업들은 일정 기간 구인 공고를 통해 한국인 직원을 구하려 했다는 걸 입증한 후, 필요한 외국인 인력을 고용노동부 고용센터나 중소기업중앙회 등에 신청해 배정받는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E-9 비자 체류 자격을 가진 외국인 근로자는 처음 일을 시작한 기업에서 계속 근무해야 한다는 게 원칙이다. 
입사한 기업의 휴·폐업이나 사용자의 폭언·임금 체불 같은 불가피한 사유가 아니면, 기업을 옮길 때 사용자의 동의를 얻어 근로계약을 해지해야 한다. 
이 경우 체류 기간 3년간 최대 3번 사업장을 옮길 수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이런 원칙이 통용되지 않는다고 중소기업들은 호소한다. 
근로계약 해지에 응하지 않으면 아프다는 이유로 일을 제대로 하지 않아 다른 외국인 직원들의 분위기까지 흐리기 때문에 내보내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한 건설기계 정비 업체 대표는 “외국인 근로자들은 애초부터 친인척이나 친구가 있는 특정 업체를 목표로 한국에 들어오는 경우가 많다”며 “처음에 입사한 기업을 원하는 기업에 가기 위한 징검다리 정도로 생각한다”고 했다.


실제로 법무부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국내 외국인 근로자 중 입국 후 6개월 내에 이직한 경우가 22.5%, 1년 내에 이직한 경우는 42.3%에 달했다. 
E-9 비자 외국인 근로자의 경우 매년 4만~5만명이 사업장을 변경하고 있다고 한다.


국내 중소 제조 업체를 대상으로 한 중소기업중앙회의 설문조사에서도 외국인의 잦은 이직 요구를 경영상 애로 사항으로 꼽는 중소기업들이 갈수록 늘고 있다. 
중기중앙회가 매년 실시하는 ‘외국인력 고용 관련 종합 애로 실태조사’에서 외국인의 잦은 사업장 변경 요구를 가장 큰 애로로 꼽은 기업 비율이 2020년 9.2%에서 2021년 13.5%로 높아졌고 지난해에는 23%로 급증했다. 
작년 조사에 응한 기업 중 30.1%는 ‘불성실한 외국 인력에 대한 제재 장치 마련’을 외국 인력 고용 관련 최우선 개선 과제로 꼽았다.


노민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나라와 환경이 유사한 일본과 대만은 휴·폐업이나 사업주의 과실이 명확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외국인 근로자의 사업장 이동을 원칙적으로 불허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 연구위원은 “외국인 근로자 개인 사유에 의한 사업장 변경을 최소화하고, 한 중소기업에 오래 재직하는 외국인 근로자에게 다양한 인센티브를 부여해야 한다”고 했다.(230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