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줄의 斷想

[21623]“아직도 청춘!”을 외치는 어르신들로 국일관이 이렇게 북적거리게 된 것은

ironcow6204 2023. 3. 2. 11:23

 

 

 

지난 3일 오후 3시쯤 서울 종로구의 한 건물 9층. 엘리베이터를 타고 9층에 도착하자, 문도 열리지 않았는데 쿵짝쿵짝 하는 흥겨운 트로트 반주 소리가 들렸다. 
이곳은 ‘어르신들의 클럽’으로 불리는 성인 콜라텍 국일관이다. 
입구부터 중절모를 쓴 할아버지 관리인이 검은 정장 차림에 갈색 선글라스를 끼고 입구를 지키고 있었다.


안으로 들어가니 어두운 공간 속 초록색, 빨간색 등의 반짝거리는 조명 아래 마스크를 낀 남녀 어르신들이 리듬에 몸을 맡기고 있었다. 입장료는 단돈 2000원. 
무대 한쪽에서는 이곳에서 젊은 축인 60대 DJ가 ‘나이야 가라’ ‘내 나이가 어때서’ 등 어르신들 사이에서 인기인 트로트를 잇따라 맛깔나게 불렀다. 
아내와 함께 이곳을 찾았다는 정모(74)씨는 “딸 둘을 시집보내고 집사람과 수십 년을 집에서 심심하게 지내다가 여길 알고서는 춤이라는 새로운 취미가 생겼다”고 했다. 
서울 노원구에서부터 춤을 추러 50분 동안 지하철을 타고 온 김모(75)씨는 “운동도 할 겸 복지센터에서 배운 춤 실력을 뽐내기 위해서 왔다”면서 “이곳은 삶의 해방구다. 놀다 보면 친구도 사귈 수 있어 전혀 외롭지가 않다”라고 했다.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국일관 콜라텍이 어르신들로 북적이고 있다. 
코로나 사태로 2020년 문을 닫기도 했던 이곳은 지난 2021년 11월 다시 운영을 시작했는데, 장년층 백신 접종률이 높아지면서 작년 말부터 예전의 모습을 찾았다고 한다.>

 

“아직도 청춘!”을 외치는 어르신들로 국일관이 이렇게 북적거리게 된 것은 3년 만이다. 
코로나로 인해 영업을 멈췄던 국일관은 지난 2021년 11월 다시 문을 열었으나 찾아오는 손님은 예년 수준에 비해 10분의 1도 안 됐다고 한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해제된 이후에도 고령자가 감염될 경우 치명적일 수 있다는 우려에 빠른 속도로 손님이 늘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백신 접종률이 높아지는 등 변화가 나타나면서 작년 말부터 하루 700~800명이 찾아오는 등 옛 모습을 찾았다고 한다. 
8년째 국일관을 운영하고 있는 최모(70)씨는 “재개장할 때는 손님 100명도 안 오더니 오늘은 1000명이 왔다”면서 “코로나 기간 동안 자식들도 못 보고 집에 홀로 외롭게 시간을 보내던 노인들이 코로나가 잠잠해지니 친구들을 찾으러 많이 온다”고 했다.


국일관이 춤만 추는 곳도 아니다. 
무대에는 음식이나 주류 반입이 안 되지만, 바로 옆에 300여 석 규모 식당이 있어 여기서 어르신들의 왁자지껄한 모임이 자주 열린다고 한다. 
경로당 친구들 4명이 놀러온 70대 할머니는 “식당에 잔치국수, 훈제치킨, 번데기탕 등 입맛에 딱 맞는 음식들이 있어서 좋다”면서 “새해에도, 그다음 해에도 남은 인생 즐기다 가는 게 소원”이라고 했다. 
그 옆 테이블에 옹기종기 모인 6명의 어르신들은 “새해에도 청춘같이! 남부럽지 않게!”라는 건배사가 들렸다.(230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