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줄의 斷想
[21587]자라는 물김을 자연광과 해풍에 노출하는 것만으로 유기산을 사용하는 효과를
ironcow6204
2023. 1. 30. 13:14
지난 4일 이른 아침 전남 장흥군 회진면 신상리 득량만(得粮灣) 김 양식장.
김을 키우는 양식 어구인 김발을 물 밖으로 노출하는 ‘김발 뒤집기 작업’이 한창이었다.
어민 백경만(47)씨 등 2명은 1.25t 소형 어선 앞부분에 갈고리로 김발을 건 뒤, 어선이 전진하는 힘으로 폭 1.9m, 길이 80m짜리 김발 1줄을 뒤집었다.
80m 길이 김발은 200줄에 달했다. 김발과 함께 물속에 잠겨 있던 까만 물김이 햇볕·공기와 맞닿았다.
작업이 2~3시간 이어지자 백씨 이마엔 구슬땀이 송골송골 맺혀 있었다.
백씨는 이날 해 질 무렵에 양식장을 찾아 김발을 다시 물속에 넣었다. 김발을 공기 중에 노출하는 일은 일주일에 두 차례쯤 한다.
장흥 대표 수산물 ‘무산(無酸)김’ 양식 방법이다.
<지난 4일 전남 장흥군 앞바다 ‘무산김’ 양식장의 모습. 어민들이 김이 자라고 있는 기다란 김발을 뒤집고 있다.
보통 김 양식장에서는 질병을 예방하기 위해 유기산을 쓰지만 장흥 무산김 양식장에선 사람이 수시로 김발을 뒤집어 햇볕을 쬐는 방식으로 김을 기른다.
그만큼 정성이 들어가지만 친환경 김으로 인정받아 해외에도 수출하고 있다.>
스티로폼으로 양식 어구를 바다에 띄운 부유식 양식장에선 김이 물속에만 잠겨 있다.
이 때문에 파래·매생이 등 다른 해조류가 김발에 붙는 것을 방지하고, 김이 녹아 사라지는 ‘갯병’을 예방하기 위해 유기산(有機酸)을 사용한다.
김발을 수고스럽게 뒤집을 필요가 없는 것이다.
유기산은 염산 10%와 영양제(일종의 비료) 90%를 섞어서 만든 것이다.
하지만 장흥의 부유식 김 양식장은 다르다. 자라는 물김을 자연광과 해풍에 노출하는 것만으로 유기산을 사용하는 효과를 낸다.
유기 화합물인 유기산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 친환경 생산법이다. ‘무산김’ 양식 방법은 올해로 15년째 이어지고 있다.
백씨는 “고되지만 무공해 청정 바다에서 친환경 무산김을 만든다는 자부심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 4일 전남 장흥군 회진면 신상리 득량만 앞바다 ‘무산김’ 양식장에서 한 어민이 김발을 물밖으로 노출시키는 '김발뒤집기' 작업을 하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