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줄의 斷想
[21566]유리 건물은 냉난방뿐 아니라 태양광으로 인한 눈부심을 막으려 블라인드를
ironcow6204
2023. 1. 10. 10:01
미국 뉴욕 맨해튼 34번가에 있는 102층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은 미국은 물론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랜드마크 중 하나다.
1931년 준공한 이 빌딩은 망백(望百·91세)을 맞은 지금 전 세계에서 가장 에너지 효율이 높은 건물 중 하나로 꼽힌다.
해마다 미국 환경보호국(EPA)의 에너지스타 최고 등급을 받고 있다.
3100만달러(약 440억원)를 투자해 2010년까지 진행한 녹색빌딩 리모델링의 결과다.
이중창 6514장을 분해해 창 사이에 필름을 붙이고 가스를 넣어 단열 성능을 4배 높였다.
실내 조명도 햇빛에 따라 자동으로 밝기가 조절되도록 바꿨다.
2019년엔 빌딩에 있는 엘리베이터 68개가 위아래로 움직일 때마다 전기를 생산·공급하는 시스템을 갖췄다. 이 같은 에너지 리모델링 결과 연간 에너지 사용량을 40% 줄여 해마다 400만달러(약 55억원)를 아끼고 있다.
1989년 문을 연 서울 강남구 삼성동 트레이드타워는 서울과 강남을 대표하는 건물이다.
하지만 에너지 효율에서는 60년 가까이 더 오래된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에 턱없이 못 미친다.
지난해 단위면적(㎡)당 에너지 사용량은 371.4kWh(킬로와트시)로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264.9kWh)의 1.4배를 웃돌았다.
건축물 에너지 사용량 등급에서도 열 에너지는 A~E 중 가장 낮은 E등급, 전기는 D등급에 그쳤다.
트레이드타워와 함께 1980년대 이후 서울을 대표하는 랜드마크로 꼽혔던 63빌딩을 비롯해 강남파이낸스센터, 삼성전자 서초사옥 등도 에너지 사용량에서는 나란히 낙제인 D~E 등급이다.
모두 유리 외벽을 한 이른바 커튼월 건물이다.
에너지 가격이 폭등하면서 화려한 커튼월 빌딩이 골칫거리로 전락한 것이다.
트레이드타워는 지하 2층, 지상 54층으로 층수에서는 102층인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의 절반, 전체 면적은 10만7933㎡로 45% 수준이지만, 연간 에너지 소비량은 3분의 2에 육박했다.
2016년부터 전력 소모가 적은 LED(발광다이오드)로 조명을 바꿔 지난해까지 12만7000여 개(76%)를 교체했지만, 근본적인 개조가 이뤄지지 않고서는 에너지 효율 개선이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63빌딩도 ㎡당 연간 에너지 소비량은 361.7kWh로 트레이드타워와 큰 차이가 없다.
2016년까지 5년 동안 1만3400장에 이르는 금도금 특수유리창을 교체하고, 일부 공간을 리모델링했지만 에너지 효율 향상을 위한 작업은 많지 않았다.
서울 강남구 역삼역 사거리에 있는 유리벽 건물 강남파이낸스센터(GFC)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에너지 사용량은 ㎡당 403.8kWh. 에너지 사용량은 최하인 E등급이다.
연간 에너지 사용량도 국내 오피스 빌딩 중 최고 수준이다.
서울 도심 청계천 남쪽은 2004년 자리 잡은 SKT타워를 시작으로 2010년대 들어 미래에셋 센터원, 페럼타워, 하나은행 본점 등 유리벽 건물이 하나둘씩 자리 잡았다.
유리벽 건물은 철골로 기둥을 세우고 콘크리트가 아닌 강화유리 등으로 외벽을 세우는 방식이다.
고층 건물 신축이 쉽고, 현대적인 느낌이 들어 인기다.
하지만 에너지 효율 측면에선 천덕꾸러기 빌딩이다.
일반 벽체보다 두께가 얇다 보니 단열에 약하고, 여름철에는 햇볕이 강하게 들어 냉방에 에너지 소비가 많다. 삼성전자 서초사옥도 지난해 ㎡당 연간 에너지 사용량이 359.3kWh로 D등급에 그쳤다.
인근에 있는 메리츠타워, 물결 모양으로 유명한 GT타워도 에너지 사용량 D등급이다. 모두 유리벽 건물이다.
반면 붉은 벽돌 400만 장으로 둘러싼 강남교보타워는 ㎡당 연간 에너지 사용량이 유리벽 건물의 3분의 2 수준인 243.3kWh로 C등급이다.
1970년 세워져 대우그룹 사옥으로 쓰이다 2010년대 리모델링한 서울스퀘어는 B등급으로 서울시 비슷한 규모의 빌딩보다 에너지를 적게 쓰고 있다.
조동우 건설기술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유리벽 빌딩에 사용되는 가장 효율이 좋다는 로이 삼중 유리도 콘크리트 단열 벽체와 비교하면 단열 성능이 6분의 1 수준”이라며 “알루미늄, 철 등의 자재도 콘크리트보다 50배 이상 열전도가 높아 에너지 손실이 크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유리 외벽 아파트인 서울 성동구 성수동 갤러리아포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