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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리땡? 골덴?… ‘코듀로이’로 불러주세요

ironcow6204 2023. 1. 9. 21:17

 

 

고리땡? 골덴?… ‘코듀로이’로 불러주세요

젊은 세대서 열풍, ‘코듀로이’
한때 프랑스어 ‘왕의 직물’ 기원설도
‘촌티’ 상징서 전천후 겨울템으로
정호연·손석구 등 패셔니스타 선택
슈트·모자·셔츠·재킷·패딩까지
도톰하고 내구성 좋아… 낡아도 ‘멋’


“아무도 사지 마세요. 너무 예뻐서 저만 입고 싶어요” “한겨울까지 대비하는 든든템(든든한 아이템)이에요!”


인생만 돌고 도는 게 아니다. 패션도 마찬가지다. 
최근 국내 유명 패션 브랜드 온라인몰에서 소개된 코듀로이(corduroy·골이 지게 짠 옷감) 의상에 붙은 상품 후기다. 
코듀로이는 우리가 흔히 ‘골덴’이라고 불렀던 익숙한 소재. 하지만, 요즘 가장 주가를 올리고 있는 정호연과 손석구 등이 입고 나오면서 전혀 새로운 대접을 받고 있다.

 

 

<배우 손석구가 코오롱인더스트리FnC의 남성복 ‘시리즈’에서 선보인 이탈리아 브랜드 파이버(fiver)의 코듀로이 점퍼를 입고 있다.>



한때 ‘촌스럽다’며 외면당했던 코듀로이가 1020 세대가 가장 열광하는 아이템 중 하나로 뜨고 있다. 
도톰하기 때문에 가을부터 이듬해 초봄까지 잘 어울리고, 내구성도 좋아 몇 년을 입을 수 있다. 
약간 광택이 도는 옷감 특성상 닳으면 닳는 대로 그 자체가 멋스럽다. 
팔뒤꿈치나 무릎같이 닳기 쉬운 부분에 패치(옷이 기울 때 대는 가죽)를 붙여도 된다. 
과거엔 주로 슈트나 바지 등 남성의 전유물이었지만, 이번 시즌엔 루이비통, 디스퀘어드, 코치 등 유명 브랜드 여성 패션쇼에 대거 코듀로이가 등장했다. 
에잇세컨즈나 빈폴레이디스 등 국내 대중 브랜드들도 바지부터 점퍼, 재킷, 모자 등 스타일을 가리지 않고 선보이고 있다.

 

 

<글로벌 스타로 발돋움한 모델 출신 배우 정호연이 최근 자신의 소셜 미디어에 니트와 코듀로이 바지를 입은 모습을 올렸다.>

 

 

코듀로이는 같은 제품을 뭐라고 부르느냐에 따라 세대가 구분된다. 
중년 이상은 아직도 ‘골덴’이 익숙할 것이다. 
코듀로이의 또다른 표현인 ‘코디드 벨베틴(corded velveteen·벨벳처럼 광택이 나지만 골지게 짠 원단)을 일본식으로 부른 ‘코르덴’이 변형된 말이다. 
어르신들 중에는 더 오래전 불렸던 ‘고리땡’을 기억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코듀로이는 고대 이집트에서 사용한 면직물에서 발전했다. 
중세 시대엔 주로 귀족이 사용하던 ‘고급’ 제품이었다. 
19세기 영국에서 원단 대중화에 성공하면서 군복과 각종 작업복에 다양하게 쓰였다. 
저렴하면서도 튼튼한 옷을 찾던 근로자나 예술가들이 주로 입었다. 
이 때문에 ‘가난한 자의 벨벳(poor man’s velvet)’이라고도 불렸다. 
먼지가 잘 묻는 단점이 있어서, 강의실 먼지를 뒤집어쓴 교수를 표현할 때도 인용되곤 했다.

 

 

<보온성과 내구성이 좋은 코듀로이 소재로 만든 모자 제품.>

 

 

패션은 실용성보다 이미지로 좌우되기 때문일까. 
코듀로이는 프랑스어 ‘왕의 직물(corde du Roi)’이란 어원에서 기원했다는 설 때문에 20세기 프랑스에선 지성인의 상징으로 꼽혔다. 
1950년대엔 미국 아이비리그 대학생들의 교복으로, 1960년대엔 스티브 매퀸, 폴 뉴먼, 로버트 레드퍼드 등 할리우드 스타들이 미국적 남성성과 지적인 이미지를 강조할 때 자주 입었다. 
몸에 딱 맞는 스타일인 ‘모즈룩’을 유행시킨 영국의 록밴드 비틀스가 자주 입으며 코듀로이 패션을 중흥시키기도 했다. 
환상적인 색감으로도 유명한 영화 감독 웨스 앤더슨은 코듀로이 슈트 애호가였다. 
국내 브랜드 ‘시리즈’의 유동규 매니저는 “요즘은 라이프스타일 자체가 패션화되고 있다”면서 “남성 고객들에게는 닮고 싶은 스타일링을 제안하고, 여성 고객들에게는 내 남자 친구가 입었으면 하는 패션을 통해 각 세대가 추구하는 삶을 표현하는 게 인기”라고 말했다.(221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