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보니
공룡 화석 경매
ironcow6204
2022. 12. 30. 11:47
돈 되는 돌, 공룡 화석이 아시아에서는 최초로 경매에 오른다.
크리스티홍콩은 최근 보도 자료를 통해 길이 12.2m, 높이 4.6m, 무게 1400㎏인 백악기 공룡 티라노사우루스 화석을 11월 30일 경매에서 선보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프랜시스 벨린 총괄사장은 “역사적으로 중요한 ‘오브제’(object)에 대한 꾸준한 수요 상승을 목격해왔다”며 “지구 자연사의 일부를 소유할 기회를 제공코자 한다”고 했다.
거의 완전한 형태를 띤 “사냥하듯 역동적인” 포식자의 추정 최고가는 365억원이다.
<다음 달 30일 아시아 첫 경매에 오르는 ‘티라노사우르스 셴(神)’ 골격 화석.
미국 몬태나주 ‘헬 크릭 지층’에서 2020년 발굴됐다.>
‘억’ 소리 나는 가격의 공룡 뼈는 수퍼 리치의 새로운 수집 목록으로 진입 중이다.
압도적 크기, 유명도, 유년의 환상을 충족해주는 물건이기 때문이다.
인간의 예술품에서 찾을 수 없는 진화론적 특별함도 한몫한다.
미국 배우 니컬러스 케이지와 레오나르도 디캐프리오가 같은 공룡 뼈를 두고 경매에서 경합을 벌인 이유다. 책 ‘공룡 사냥꾼’을 쓴 미국 언론인 페이지 윌리엄스는 “멸종한 공룡이 6600만년이 지나 문화적으로 재기해 명성을 누리고 있다”고 썼다.
지난 7월에도 뉴욕 소더비 경매에서 고르고사우루스 화석이 약 79억원에 낙찰됐다.
구매자는 해당 화석에 향후 통용될 별칭을 붙일 권리도 획득했다.
통상 육식 공룡이 더 높은 가격에 팔리는데, 날카로운 이빨과 발톱 등이 미학적 측면에서 점수를 더 얻기 때문이라 한다.
오는 20일 프랑스 파리 경매에는 공룡 이구아노돈 화석이 추정가 7억원에 출품됐는데, 이구아노돈은 초식 공룡이다.
<지난 7월 소더비 뉴욕 경매에서 약 79억원에 낙찰된 고르고사우르스 골격 화석.>
과학적 연구 대상이 부자들의 눈요기로 전락한다는 비판도 거세다.
잦은 경매로 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연구자들이 이를 구할 가능성도 희박해지고 있다.
공룡 뼈가 무더기로 경매에 쏟아진 건 일명 ‘티라노사우루스 수’(Sue·발굴자)가 1997년 뉴욕 소더비 경매에서 약 109억원에 팔린 이후다.
그리고 2020년 크리스티 뉴욕 경매에서 ‘티라노사우루스 스탠’(Stan·발굴자)이 예상가의 4배인 약 368억원에 낙찰돼 최고기록을 경신했다.
인공 뼈를 섞어 재조립한 공룡 데이노니쿠스가 지난 5월 경매에서 약 160억원에 팔리자 에든버러대학 스티브 브루사테 교수는 “정상이 아니다”라며 “평범한 공룡 표본에 이런 가격이 붙는다면 박물관·연구소·교육시설은 사라질 것”이라고 트위터에 썼다.
학계의 비판에도 시장 관계자들은 발굴 보상이 작다면 화석은 아예 땅 밖으로 나오지 못할 것이며 이야말로 과학의 손실이라는 논리를 편다.
가장 평화로운 해결책은 발굴자나 구매자가 기관이나 박물관에 기부하는 것이다.
공룡 두 마리가 싸우다 뒤엉킨 희귀 화석이 노스캐롤라이나박물관에 2020년 기증됐고 ‘티라노사우루스 스탠’도 2025년 개관하는 아부다비자연사박물관에서 전시될 예정이다.
<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발견된 '화성 뿔공룡(코리아케라톱스 화성엔시스)' 골격 화석.
화석으로는 처음으로 이달 초 천연기념물로 지정될 예정이다. 국내 현행법상 화석의 상업적 거래는 금지돼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