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줄의 斷想
[21528]줄어들던 소나무 재선충병 피해가 올해 다시 늘어나면서 산림 당국과 지자체에 비상이
ironcow6204
2022. 12. 18. 15:42

“올여름부터 소나무가 죽더니 이제는 단풍 든 것처럼 온 산이 벌겋게 됐어요. 이러다가는 소나무를 오래 못 볼 거 같아.”
지난 1일 경남 밀양시 상남면에서 만난 주민 김상수(75)씨가 인산(해발 213.9m)을 가리키며 걱정스레 말했다. 김씨가 가리킨 곳엔 말라 죽어 갈색으로 변한 소나무 수십 그루가 보였다.
본지 기자가 드론을 200m 상공까지 띄워 인산 전체를 촬영하자 붉게 고사한 소나무 수백 그루가 모습을 드러냈다.
모두 소나무 재선충(材線蟲)병 피해를 본 나무다.
이곳뿐 아니라 밀양 지역에서는 마을 인근과 도로변 산 등 곳곳에서 재선충병으로 죽은 나무들이 보였다.

<단풍 아닙니다, 병들어 죽은 소나무입니다 - 지난 1일 경남 밀양시 상남면 인산(해발 213.9m)에서 소나무 재선충병 피해를 입은 소나무들이 마치 단풍이 든 것처럼 붉은색으로 변해 있다.>
2일 찾은 경북 포항시 남구 고금산 일대 숲도 마찬가지였다.
숲은 푸른색 솔잎 대신 갈색과 붉은 잎으로 절반 이상 뒤덮여 있었다.
소나무 재선충병에 걸려 썩어 부서지거나 쓰러진 나무가 수두룩했다.
기자가 쓰러진 나무 중 하나를 밟았더니 가지와 뿌리가 폭삭 부서져 발목이 접질릴 뻔하기도 했다.
병에 걸린 소나무는 껍질을 손으로 떼어내자 비스킷처럼 쉽게 부서졌다.
고금산에는 산림청이 발급하는 ‘병해충 밴드(소나무가 병 등에 감염됐다는 표시)’를 두른 소나무가 수백 그루나 됐다.
줄어들던 소나무 재선충병 피해가 올해 다시 늘어나면서 산림 당국과 지자체에 비상이 걸렸다.
소나무 재선충병은 크기가 약 1mm인 실 모양의 벌레 재선충이 소나무 조직의 수분 통로를 막으며 나무가 말라 죽는 병이다.
재선충은 매개충인 솔수염하늘소에 달라붙어 다른 나무로 이동하며 병을 확산시킨다. 현재까지 치료 약도 없다.

<소나무가 단풍이 들 리 없지요 - 지난 1일 오후 경남 밀양시 상남면에서 한 주민이 소나무 재선충병 피해를 입어 붉은색과 갈색으로 변한 소나무가 가득한 인산(해발 213.9m)을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있다.
소나무는 사철 잎이 푸른 상록수인데 마치 단풍이 든 것처럼 색깔이 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