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살 생각으로 부양할 가족도 없으니 미래를 위한 저축보다는 현재의 만족을 위해 소비를 즐기겠지.”
혼자 사는 젊은 세대에 대해 일반인들이 많이 갖는 인식이다. 하지만 실제로 혼자 사는 20~50대의 ‘삶의 모습’은 이와 달랐다. 돈을 벌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었다. 3일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의 ‘2022년 한국 1인 가구 보고서’에 따르면 수도권, 5대 광역시에서 혼자 사는 25~59세 남녀 2000명 중 42%는 부업을 하는 ‘N잡러(복수의 직업을 가진 사람)’로 나타났다. ‘1코노미(1인 가구 경제)’들이 부업을 하는 이유는 생활비 부족(14.1%)보다는 여유 자금 마련(31.5%)이나 시간적 여유(19.4%)처럼 ‘자발적’인 선택인 경우가 많았다. 젊은 1인 가구들이 많아지면서 이런 추세를 보인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는 “배달 라이더나 소셜 크리에이터·블로거 등 ‘신생 부업’을 하는 비율이 번역이나 아르바이트 같은 전통적인 부업을 하는 비율의 2.8배 수준으로 높았다”고 했다.
40.9%는 온라인 조사에서 “1~4년 이후에는 혼자 살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거주 주택 유형은 아파트(36.2%)가 연립 및 다세대주택(35.3%), 오피스텔(19.6%) 등에 비해 많았다. 벌어들인 소득 가운데 소비(44.2%)와 저축(44.1%)의 비율이 비슷한 수준이었다.
1인 가구는 꾸준히 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6년 1인 가구는 539만8000가구였지만 꾸준히 증가해 지난해에는 716만6000가구까지 늘었다. 통계청의 장래가구추계에 따르면 2040년에는 905만5000가구로 4인 가구(240만9000가구)의 4배 수준까지 불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고령 1인 가구가 증가세에 있지만 지난해 기준 여전히 20대(19%)와 30대(17.1%) 1인 가구의 비율이 높았다.
최근 ‘비혼주의’ 등이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지만 ‘장기간 1인 가구 생활을 이어나가겠다’는 응답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의 올해 조사에서 앞으로 1~4년 정도만 더 혼자 살겠다(40.9%)는 응답은 2년 전 조사에 비해 4.7%포인트가량 늘었다. 5~10년 이내에 1인 가구 생활을 끝내겠다는 응답도 21.7%로 1.9%포인트 증가했다. 반면 앞으로 10년 넘는 기간 동안 계속 혼자 살겠다는 응답은 37.4%로 6.7%포인트 줄었다.
거주 주택의 유형도 바뀌었다. 2년 전 조사에서는 연립·다세대주택에 사는 1인 가구의 비율이 39.6%로 가장 높았는데, 이번 조사에서는 아파트에 거주하는 사람이 36.2%로 연립·다세대주택(35.3%)이나 오피스텔(19.6%)보다 높았다. 주택의 규모도 커졌다. 여전히 초소형·소형주택에 산다는 응답이 82.9%로 높았지만, 82.6㎡(25평) 이상의 중·대형 주택에 산다는 사람도 17.1%로 2년 전(14%)에 비해 높아졌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는 “지난 조사에 비해 1인 가구의 재정 관리가 스마트해졌다”고 평가했다. 전체 지출 중 소비의 비율이 57.6%에서 44.2%로 13.4%포인트 줄어들고, 저축이 9.8%포인트 늘었기 때문이다.
금융자산의 경우 현금이나 자유롭게 입출금이 가능한 예금 등 ‘유동성 자산의 비율이 41.8%로 2년 전(25.4%)보다 크게 늘어난 것이 눈에 띈다. 코로나 사태 이후 각종 금융 상품을 해지한 뒤 일종의 ‘대기 자금’으로 두고 있는 것이다. ‘동학 개미 운동’으로 불리는 개인 직접 투자 열풍으로 주식이나 상장지수펀드(ETF)의 비율이 19.1%로 2년 전(12.3%)에 비해서 크게 늘었다.
1인 가구 중 가구소득 상위 10%인 ‘리치 싱글’은 투자에 더 적극적이었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30~49세 리치 싱글 356명을 별도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이들은 월 저축액 204만원 중 37.4%를 주식이나 투자·저축성 보험, 펀드, 채권 등에 넣었는데, 일반 싱글(25.1%)의 1.5배 수준이었다.(221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