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510]과거에는 여성 팬들이 주로 ‘오빠부대’로서 지갑을 열었다면, 요즘 여성 팬들은
ironcow6204
2022. 12. 4. 16:09
과거 ‘삼촌 팬’ ‘오빠 팬’으로 대변되던 걸 그룹 팬덤 성별이 바뀌고 있다. 이들의 음원과 앨범을 구매하는 인원 중 남성 보다 여성 비율이 더 높은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5일 기준 지니뮤직 일간 차트 1위부터 10위까지는 전부 여성 걸그룹 음악이 차지했다. 에스파, 블랙핑크, 트와이스, 있지(ITZY) 등 앨범 판매량 100만장을 넘긴 걸그룹도 속출하고 있다. 이 같은 걸그룹들의 선전에는 여성 팬들의 증가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음원 플랫폼 지니 뮤직에 최근 3개월(6월 1일~8월 29일) 일간 차트 상위권에 머물렀던 걸그룹 앨범 스트리밍 이용자 성별 비율을 분석해 본 결과, 여성이 과반 이상으로 나타났다.
실물 앨범 구매자 성별도 마찬가지로 여성이 더 높은 양상을 보였다. 5일 알라딘 음반 구매 페이지를 통해 분석한 아이브의 신보 ‘애프터 라이크’ 앨범(포토북 유형)의 구매자 중 여성 비율은 72.1%였다. 연령대별 분석에선 40대 여성(29.5%)과 10대 여성(20.2%)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앨범 유형은 특히 멤버별 포토 카드를 모을 수 있어 이른바 ‘충성팬’들이 주로 구매하는 것이다.
팬들이 스스로를 지칭하는 말도 달라졌다. 과거 2010년대 전후 인기를 끈 ‘소녀시대’ ‘원더걸스’ ‘카라’ 등 걸 그룹 팬덤은 주로 ‘삼촌팬’ 혹은 ‘오빠팬’으로 불렸다. 하지만 최근 걸 그룹 팬 중엔 스스로 ‘할미팬’ ‘이모팬’ ‘언니팬’을 자처하는 이가 많다. ‘할미팬’은 자신보다 나이가 어린 남성 아이돌을 좋아하는 여성 팬들이 쓰던 말이지만 최근에는 10대 걸그룹 멤버들을 좋아하고, 동시에 앨범 구매력이 뛰어난 30대 이상 여성 팬들을 지칭하는 말로 사용되고 있다. 주로 걸그룹 멤버들을 ‘갓기(God+아기)’라고 부르며 “우리 갓기는 워낙 뛰어나니 그저 활동만 열심히 해. 할미가 앨범 열심히 살게”라고 말하는 식이다.
걸그룹들의 활동 양상과 음악도 이에 맞춰 변모하고 있다. 과거 2010년 중반까지만 해도 섹시함, 청순함 등을 앞세운 댄스음악 걸그룹이 천편일률적으로 나오던 것과 달리, 최근에는 당당한 여성과 걸크러시 이미지와 강렬한 퍼포먼스를 앞세운 걸그룹이 늘고 있다. 음악 장르 역시 팝펑크(여자아이들), 복고풍 R&B(뉴진스), 저음을 강점으로 삼는 하우스 댄스음악(아이브) 등 다양하게 세분화되고 있다. 2000년대 걸그룹들이 “오빠를 사랑해(소녀시대 ‘오!’)”를 외쳤다면, 요즘 걸그룹은 “Look at you/넌 못 감당해 날(여자아이들 ‘톰보이’)”을 노래한다.
걸그룹 굿즈에서도 여성 취향이 두드러지고 있다. 최근 걸그룹 뉴진스는 서울 영등포구 ‘더현대 서울’에서 데뷔 기념 팝업스토어를 열어 일명 ‘다꾸(다이어리 꾸미기)’에 쓸 수 있는 스티커, 앨범 보관용 핸드백 등 소녀 감성이 물씬 풍기는 굿즈를 대거 선보였고, 1만7000여 명을 끌어모았다.
정덕현 대중음악평론가는 “과거에도 지금도 아이돌 시장의 주 소비 계층이 ‘여성’이라는 점은 달라지지 않았다”면서 “요즘은 팬들이 아이돌을 ‘유사 연애’의 대상이 아닌 ‘취향’과 ‘선망’의 대상으로 보는 경향이 강해졌다”고 했다. 현재 SM, JYP 등 54개 엔터테인먼트사와 산하 K팝 가수 325명이 입점해 있는 대형 글로벌 팬 커뮤니티 플랫폼 ‘디어유 버블’만 해도 여성 이용자 비율이 95%에 달한다. 돈을 내고 좋아하는 연예인과 채팅을 나누는 서비스인데, 걸그룹들도 상당수 입점해 있다. 과거에는 여성 팬들이 주로 ‘오빠부대’로서 지갑을 열었다면, 요즘 여성 팬들은 자신이 멋있다고 생각하는 걸그룹의 음악과 퍼포먼스에도 돈을 내고 있다는 뜻이다.(2209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