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줄의 斷想
[21491]상대적으로 ‘정보 약자’에 속하는 고령층·저소득층이 복잡한 복지 제도 내용을 잘
ironcow6204
2022. 11. 21. 11:43
생활고와 난치병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한 ‘수원 세 모녀 사건’이 22일 알려지자 정부·지자체의 복지 지원을 받지 못하고, 이웃 접촉도 되지 않는 이른바 ‘고립된 위기 가구’ 문제가 심각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작년 기준 기초연금·생계급여·아동수당 등 정부의 현금성 복지 예산 규모는 110조원에 이른다.
하지만 2014년 송파 세 모녀 사건 이후에도 해마다 ‘복지 사각지대’에서 비슷한 비극이 되풀이되고 있다.
경기 수원시 다세대주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 60대 여성과 40대 두 딸은 오랜 기간 암 등 난치병과 생활고로 고통을 겪었다.
하지만 월 1만원대 건강보험료를 16개월째 못 내면서도 긴급복지·생계비 지원 등을 신청하지 않았다.
도움을 줄 친척이나 이웃도 없었고, 현 거주지로 전입신고를 하지 않아 지자체도 이들의 상황을 몰랐다.
채무 문제 등이 원인이 됐으리란 추측만 나온다.
수원 세 모녀처럼 월 5만원 이하 건강보험료를 6개월 이상 체납해 ‘생계형 체납자’로 분류되는 가구는 작년 6월 기준 73만 가구에 달한다.
1년 이상 거주지가 파악되지 않아 행정안전부에 ‘거주 불명자’로 등록된 국민도 작년 말 기준 24만명이 넘는다.
이들 중 상당수가 ‘고립 위기 가구’에 해당할 것으로 보인다.
<23일 오전 이틀 전 숨진 채 발견된 수원 세 모녀가 살던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한 다세대 주택 1층 집 현관문에 엑스자 형태로 폴리스라인이 쳐져 있다.>
실제 개인적 이유로 전입신고·출생신고 등을 하지 않아 정부·지자체의 복지 시스템에서 누락되고 아무런 지원을 받지 못한 채 고통받는 사례가 적잖다.
작년 7월 생활고에 시달리다 서울 강남구 다세대주택 반지하에서 목숨을 끊은 모녀도 전입신고를 하지 않았다.
작년 12월 제주에선 10~20대 세 자매가 출생신고를 하지 않아 학교 교육, 병원 치료도 못 받으며 자라온 사연이 알려졌고, 작년 1월 인천에선 친모에게 살해당한 A양이 출생신고 없이 8년간 방치돼 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모두 이웃 등 외부와 사실상 단절된 상태였다.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주소지와 거주지가 다를 경우 찾아내기 어렵다지만 정작 거주지가 불안정한 이들이 가장 취약한 계층이라는 게 모순”이라며 “수면 아래 있던 사각지대가 새로 드러났는데, ‘찾아가는 복지 시스템’ 정비와 관련 인력 보강, 시민들의 동반 의식을 통해 빈틈을 메워나가야 한다”고 했다.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지난해 정부 예산 556조원 가운데 현금성 복지 예산 규모만 110조원(약 20%)에 이른다.
국민연금 등 4대 연금 급여 지급액을 제외해도 소득·나이, 구직 활동 등에 따라 지급하는 기초연금(14조9414억원), 구직급여(11조3486억원), 생계급여(4조6062억원), 아동수당(2조2191억원) 등의 규모가 상당하다.
정부는 2014년 2월 생활고에 시달리다 ‘마지막 집세와 공과금’이라며 현금 70만원을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송파구 세 모녀 사건’ 이후 ‘위기 가구 발굴 시스템’도 강화했다.
<유품만 남은 수원 세모녀의 집 - 23일 사망자의 유품 등을 정리하는 특수청소부가 이틀 전 수원 세 모녀가 숨진 채 발견된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다세대주택 내부를 살펴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