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줄의 斷想
[21475]2000년대생이 PGA 투어 대회에서 우승한 것은 김주형이 처음이다.
ironcow6204
2022. 11. 8. 10:05
스무 살 김주형은 8일 미 노스캐롤라이나주 시지필드CC(파 70)에서 열린 윈덤 챔피언십 마지막 라운드를 마친 뒤 “마지막 퍼트를 하고 많은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 갔다”고 했다.
그에게 아직도 별처럼 밝게 빛나는 순간은 2009년 11월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호주 마스터스 대회였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가 섹스 스캔들로 추락하기 전 참가한 마지막 대회.
당시 300만달러 넘는 초청료를 받고 온 우즈를 보러 갤러리가 무려 11만명 운집했다.
그 가운데 일곱 살 꼬마 김주형이 있었다. 멜버른에서 티칭 프로를 하는 아버지와 함께.
<김주형이 8일 PGA투어 윈덤 챔피언십에서 첫 우승컵을 들어올리고 있다.
김주형은 2000년대생으로는 처음 PGA투어에서 우승한 선수가 됐다.>
우즈를 가까이에서 보려고 선수 이동 화장실 앞에서 기다리던 그 앞에 거짓말처럼 우즈가 나타났다.
용기를 내 ‘고! 타이거’라고 외쳤지만 수줍어서 악수하거나 사진을 찍겠다고 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어마어마한 갤러리 앞에서 압도적 경기력으로 우승컵을 들어 올리는 우즈의 모습은 이후 김주형의 인생을 가리키는 별이 됐다.
“나도 우즈처럼 멋진 골퍼가 되겠다”는 꿈이 한시도 떠나지 않았다.
김주형은 다섯 살 위 형과 함께 바게트 하나를 나누어 먹으면서 온종일 골프 연습을 해도 하나도 배고프지 않았다.
열여섯 살 때 처음 자신만을 위한 맞춤 클럽이 생길 때까지 여기저기서 얻은 클럽으로 백을 채워 골프 대회에 나서도 주눅 들지 않았다.
한국에서 태어나 중국, 호주, 필리핀, 태국을 거치며 잡초처럼 살아남은 ‘골프 노마드(유목민)’ 김주형에게는 골프를 하는 곳이 집이다.
가슴에 품은 그 별은 그를 ‘꿈의 무대’ PGA 투어로 이끌었고, 마침내 8일 ‘한여름밤의 꿈’처럼 기적 같은 우승을 맛봤다.
김주형은 8일 PGA 투어 시즌 최종전인 윈덤 챔피언십 4라운드에서 무려 9타를 줄이며 합계 20언더파 260타로 정상에 올랐다.
공동 2위 임성재와 재미교포 존 허를 5타 차로 제치고 역대 한국인 최연소(20세 1개월 18일) PGA 투어 우승을 차지했다.
김주형은 우승 상금 131만4000달러(약 17억원)와 함께 꿈에 그리던 PGA 투어 카드를 받았다.
김주형은 지난달 디오픈에서 PGA 투어 특별 임시회원 자격을 얻어 출전 대회수 제한이 없어졌고, 지난주 로켓 모기지 클래식에서 7위에 올라 페덱스컵 포인트로 다음 시즌 PGA투어 카드를 사실상 확정 지었다.
하지만 여전히 PGA투어 정회원이 아닌 김주형이 페덱스컵 플레이오프에 진출할 유일한 길은 최종전인 이 대회 우승밖에 없었다. 그 어려운 일을 해냈다.
미국 골프 채널은 “시즌을 연장하기 위해서는 김주형에게 시나리오가 딱 하나만 있었다”며 “전반 9홀에서 8타를 줄인 건 새로운 한국 스타에게 꿈처럼 느껴졌을 것이다”라고 했다.
김주형은 올 시즌 9번째, 2020년 PGA 챔피언십 이후 15번째로 참가한 PGA 투어 대회에서 우승했다.
2000년대생이 PGA 투어 대회에서 우승한 것은 김주형이 처음이다.
2013년 조던 스피스(존 디어 클래식·19세 10개월 14일)에 이어 둘째로 어린 나이에 PGA 투어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5세때 나무막대로 스윙 - 김주형이 다섯 살 때 나무 막대로 골프 스윙을 하는 모습.
김주형은 네 살 때부터 티칭 프로 아버지 흉내를 내며 골프를 배웠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