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408]자치경찰제는 작년부터 시행된 검경 수사권 조정에 따라 비대해진 경찰 권한을 줄이고
ironcow6204
2022. 7. 26. 09:37
작년 7월 도입된 자치(自治)경찰제는 경찰 업무 중 방범과 교통 단속 등 민생(民生) 분야를 각 지방자치단체에 맡기는 제도다. 그 운영은 전국 시도에 신설된 자치경찰위원회(자경위)가 총괄한다. 그런데 자경위의 핵심 보직인 상임위원 34자리 중 18자리(53%)를 전직 경찰관이 맡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역사회에선 “자치경찰제 도입이 별다른 변화도 만들지 못한 상황에서 퇴직 경찰관들 자리만 만들어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자치경찰제는 작년부터 시행된 검경 수사권 조정에 따라 비대해진 경찰 권한을 줄이고, 지방 분권을 활성화해 경찰 업무에 주민 의견을 많이 반영하자는 취지로 도입됐다. 이후 1년 가까이 지났지만 시민들 입장에서는 달라진 것이 없다는 반응이 많다. 자치경찰 업무를 보는 경찰관에 대한 실질적인 인사권을 여전히 경찰이 갖고 있고, 업무 자체도 크게 달라진 게 없기 때문이다.
반면, 제도 시행으로 생긴 보직 상당수는 전·현직 경찰들이 차지하고 있다. 국민의힘 김형동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전국 18개 자경위의 상임위원 34자리 중 18자리(53%)를 전직 경찰관이 맡고 있다. 상임위원은 자경위 위원장과 실무를 주관하는 사무국장으로, 연봉은 1억~1억1000만원 수준이다. 부산 등 일부 지역에선 이들에게 관용차도 제공한다. 특히 자경위 사무국장은 전국 17명(세종시는 없음) 중 15명이 전직 경찰이다.
전국 자경위 전체 상임·비상임 위원 125명으로 범위를 넓혀도 전직 경찰이 36명(29%)으로 가장 많다. 그다음은 교수 출신 33명(26%), 법조인 26명(21%), 전·현직 관료 16명(13%) 순이다. 주민·시민 단체 출신은 12명(10%)이다. 또 자치경찰제 도입으로 경찰 내에도 자치 업무를 담당하는 총경(경찰서장급) 이상 고위직 30개가 새로 생겼다. 현직 경찰관들이 배정받는 자리다. 결국 자치경찰제로 전·현직 경찰관들에게 ‘좋은 일자리’가 다수 생긴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자경위에서의 자치경찰 현안 논의도 경찰 시각 위주로 진행된다고 한다. 한 자경위 위원은 “경찰이 안건을 가져오고, 경찰 출신 사무국장이 논의를 주도하는 일이 자주 반복된다”며 “다른 위원들은 들러리 서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고 했다. 또 다른 현직 위원도 “현안에 대해 잘 알지 못하면, 경찰이 제안하는 대로 도장만 찍어주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자치경찰 업무가 너무 제한적으로 규정돼 유명무실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예를 들어 현재 ‘가정 폭력 예방’은 자치경찰 업무이지만, ‘가정 폭력 수사’는 국가경찰 업무다. 예방을 하려다 범죄가 포착되면 곧바로 자치경찰에서 국가경찰로 업무를 넘겨야 한다. 게다가 전국 2000여 곳의 지구대·파출소 관리도 자치경찰 업무에서 빠져 있다. 한 자경위 위원장은 “지구대마저 통솔할 수 없는 현재 구조는 ‘무늬만 자치경찰’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자치경찰제가 실효성을 갖추기 위해선 구조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기우 인하대 로스쿨 교수는 “기존 경찰 주도가 아닌 지자체 주민 등의 의견이 실질적으로 반영되도록 위원 구성을 바꾸고, 자치 업무를 보는 경찰관들의 소속을 지자체로 넘겨 기존 경찰과 더 분리를 시켜야 한다”고 했다.(220602)
☞자치경찰제
경찰의 다양한 치안 업무 중 범죄 예방과 교통 단속 등 일부 민생 업무를 지자체 관리·감독에 맡기는 제도.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비대해진 경찰 권력을 제한하고, 지역 맞춤형 치안 서비스를 하겠다는 취지로 도입했다. 작년 7월부터 시행됐다. 하지만 여전히 실질적인 인사권을 국가 경찰이 행사하는 등 제도 자체가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