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오후 4시쯤 인천시 용유도의 선녀바위 해수욕장 앞 주차장. ‘아빠, 여기 주차장이야! 캠핑장 아니야!’라고 적힌 플래카드가 무색하게, 130여 대의 자동차 사이사이로 70여 개의 텐트가 보였다. 곳곳에서는 고기 굽는 연기가 피어올랐다. 캠핑장과 다름없는 풍경이었다.
<지난 5일 오후 4시쯤 인천 용유도 선녀바위 해수욕장 앞 임시 주차장에서 관광객들이 차 옆에 텐트를 치고 캠핑을 즐기고 있다. 주차장 내에서 공간을 점거하고 야영이나 숙박을 할 경우 단속 대상이지만, 이런 임시 주차장의 경우 뚜렷한 단속 기준도 없어 지자체가 고민이 크다.>
어린이날부터 8일까지 이어진 징검다리 연휴에 전국 곳곳이 이른바 ‘차박(차에서 숙박) 캠핑족’으로 북적였다. 이들은 계곡, 해수욕장, 휴양림 등 전국 명소 인근 주차장이나 길가 등에 차를 세워둔 채 차 안에서 자거나, 차 옆에 텐트를 치고 캠핑을 한다. 코로나 사태로 야외 활동을 찾는 사람들이 늘면서 이런 차박이 인기다. 하지만 지자체는 골머리를 앓고 있다. 불법주차·쓰레기·소음 등의 문제가 뒤따라서다. 특히 캠핑족은 각종 음식 재료 등을 준비해 차에 싣고 오기 때문에 그 지역에는 경제적으로도 큰 도움이 되지 않아 주민 반발이 더 크다고 한다.
하지만 실질적인 단속이 어렵다. 현행법상 등록 야영장이 아닌 곳에서 야영이나 취사를 하는 건 모두 불법이지만 처벌 조항은 없는 경우가 많아서다. 가령 산이나 계곡의 경우, 허용된 지역이 아닌 곳에서 캠핑을 하면 산림보호법에 따라 과태료를 매긴다.
하지만 해수욕장이나 주차장 차박은 해수욕장의 이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나 주차장법에 따라 불법이지만, 처벌 규정이 따로 없다.
그렇다 보니 지역마다 자구책이 나온다. 을왕리가 있는 인천 중구나 경기도 제부도에서는 지역 주민들이 별도 조직을 만들어 단속에 나선다. 을왕리에선 ‘해수욕장 번영회’가, 제부도에선 ‘행복마을지킴이’가 틈틈이 다니며 불법 텐트나 쓰레기 투기를 하는 사람들을 만류하는 식이다. 충주시는 차박족이 많이 오는 수주팔봉 인근 한 주차장에 CCTV를 설치해 하루 120대만 들어올 수 있게 숫자를 세는 ‘차박 총량제’를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조치에 반발하는 차박족도 많다. 직장인 정모(55)씨는 “강원도 길가에서 차박 캠핑을 하는데 ‘주민 감시단’이란 사람들이 와 ‘과태료를 부과할 테니 당장 차 빼라’고 한 적이 있다”면서 “명확한 기준도 없는데, 공무원도 아닌 사람들이 무슨 권한으로 과태료 운운하는 건지 기분도 나빴다”고 했다. 석영준 한국캠핑문화연구소 소장은 “차박이 이미 하나의 문화가 된 만큼 차박을 합법적으로 즐길 수 있는 곳을 늘려 올바르게 정착시키는 게 낫다”고 했다.(2205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