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줄의 斷想

[21336]권부에서 어공 그룹이 비대해지면 권력의 정상적 작동이 왜곡될 가능성을 우려하는

ironcow6204 2022. 6. 3. 12:13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이 새 정부 조각(組閣) 인선을 마무리하면서 대통령실 인선 작업에 들어갔다. 
대통령실은 정치권 인사와 공무원이라면 서로 근무해보고 싶어하는 곳이다. 
대통령실 근무 이력은 정치권 인사에게는 선거 출마 때, 공무원에게는 승진 때 유리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는 대통령실 행정관(2~5급) 인선은 ‘어공(정치권 출신 공무원)보단 늘공(직업 공무원) 우선 배치’ 원칙에 따라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직원 정원도 지금(500명 안팎)보다 줄어든 350명 안팎이 될 가능성이 커 대통령실에 진입하려는 정치권 인사들의 물밑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윤 당선인은 최근 대통령실 인선을 담당한 참모들에게 “대통령실은 각 부처 에이스 공무원들로 먼저 채우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윤 당선인 측 인사는 “당선인이 자타가 공인하는 일 잘하는 부처 공무원들을 행정관으로 우선 배치하고, 당이나 국회 보좌진 출신은 천천히 인선하라고 지시했다”며 “이에 따라 정치권 출신 ‘어공’ 인선은 후순위로 밀릴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통상 새 정부 출범 때는 경제수석실 등 일부 파트를 제외하곤 대선 캠프 출신 정치권 인사들이 대통령실 행정관으로 다수 배치됐다. 
선거로 정권을 잡은 세력이 공직을 차지하는 ‘논공행상(論功行賞)’ 인사의 핵심이 대통령실이었다.

 

 




하지만 윤 당선인은 참모들에게 이런 인사 관행을 “어공의 늘공 지배”라며 타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한다. 
한 참모는 “어공이 대통령실을 장악해 늘공을 식물화하는 건 안 된다는 게 당선인 생각”이라며 “윤 당선인이 최근 장제원 비서실장에게 ‘정치권의 인사 외풍을 책임지고 막으라’고 지시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윤 당선인의 ‘늘공’ 우선은 검사 시절 경험과 무관치 않다는 말이 나온다. 
검찰의 대표적인 ‘특별수사통’ 검사였던 윤 당선인은 권력형 비리 수사 경험이 많다. 
한 검찰 관계자는 “윤 당선인은 권부(權府)에서 어공 그룹이 비대해지면 권력의 정상적 작동이 왜곡될 가능성을 우려하는 것 같다”고 했다.


실제로 과거 정권 때 대통령 비서실장이 국방장관에게 알리지 않고 3군(軍) 참모총장을 불러 장성 인사 보고를 받아 월권(越權) 시비가 인 적이 있다. 
현 정부에선 5급 행정관이 육군 참모총장을 카페로 불러내 만난 일로 파문이 인 적도 있다. 
윤 당선인 측 인사는 “엘리트 직업 공무원들을 대통령실에 배치해 안목과 역량을 키우겠다는 뜻도 있다”고 했다.


윤 당선인은 청와대를 슬림화하는 구조 개편도 추진하고 있다. 
현행 대통령실 직제 가운데 정책실장과 민정수석, 일자리수석, 제2부속실은 폐지하고 경제·사회·홍보·시민사회·정무 등 5~6개 수석비서관 정도를 남기는 안을 검토 중이다. 
이렇게 되면 대통령실 정원이 350명 정도로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는 말이 나온다. 
인수위 관계자는 “윤 당선인은 일단 비서실 직원 규모를 250명 규모로 시작하고, 정치권 출신 직원들은 차차 채워도 된다고 할 정도로 ‘슬림 대통령실’에 대한 의지가 강하다”고 했다.


윤 당선인의 이런 인선 방침을 두고 국민의힘에선 “어공이 갖는 ‘정치적 지지 확대’ 기능을 과소평가하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대통령실은 정권 운용의 최고 지휘 사령부”라며 “국정 운영의 동력을 직업 공무원에게서 찾으려는 것은 대통령실의 정치적 통할 기능을 내려놓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윤 당선인의 ‘늘공’ 우선 방침을 두고 대통령실 인선을 둘러싼 집권 세력 내 파워 게임을 차단하려는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여의도에서 누구누구 라인이 대거 대통령실로 가게 돼 있다는 설(說)이 퍼지면서 국민의힘 내부의 긴장도 커지고 있다”고 했다.(220416)